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국적과 민족

이 재 술 <딜로이트 하나안진회계법인 대표>

최근 국회에서 통과된 개정국적법의 시행을 앞두고 대한민국 국적 포기자가 급격히 늘어나자 이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국적 포기에 대한 찬반논쟁을 지켜보면서 국적과 민족의 개념과 그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현재 분단된 우리나라의 현실과 동북아 중심 국가로 지향하고자 하는 미래 비전 및 세계경제가 국가 개념보다는 지역별로 블록화 돼가는 추세를 고려할 때, 국적문제는 전세계에 퍼져 있는 한민족 정책과 함께 좀더 큰 그림에서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유대민족의 이스라엘 국가의식과 단결력 및 미국을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세력이 경제력을 갖춘 유대인이라는 사실은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다. 조그만 나라 아일랜드는 해외에 살고 있는 수천만 아일랜드 민족 후손들이 본국의 친인척에게 송금하거나 조국을 방문해 소비 지출하는 것이 국가 경제에 큰 도움이 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현재 중국 동북 3성의 일부인 옛날 고구려 영토를 우리가 되찾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동북 3성에 주로 살고 있는 조선족들의 경제력이 상대적으로 커져서 실질적인 우리 민족의 경제권으로 들어온다면 국가나 국적의 개념보다는 경제권과 민족의 큰 틀에서 한민족 경제권역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 기업들도 중국의 동북 3성에 상대적으로 많은 투자를 해 조선족들이 고용을 창출할 수 있도록 돕고, 또한 우리나라에 건너와서 주로 밑바탕에서 궂은일을 하고 있는 조선족 동포들에게도 따뜻한 마음을 베풀고 실질적 경제력을 빨리 축적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종국적으로 남북통일 후 동북아 한민족 경제권을 형성하는 데 기여하리라 믿는다. 전세계에 살고 있는 우리나라 민족의 경제인들의 모임인 세계 한상대회나 한민족 벤처포럼 등이 더욱 활성화돼 유대민족이나 중국의 화상에 버금가는 한민족 네트워크를 만드는 길이 우리나라가 세계 10대 경제국가로 확고히 자리 매김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국적 포기자에게 불이익을 주기보다는 이중 국적자들이 외국에서 지식과 경제력을 키워 한민족 네트워크에 기여할 수 있는 심리적 유인책을 마련하는 전향적 정책방향이 아쉬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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