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韓·中·日 바둑 영웅전] 꼭 잡아야 맛인가

제10보(160∼180)



검토실은 술렁거렸다. 수상전에서 백이 이기는 것 같다는 얘기가 돌고 있었다. 흑대마가 잡힌다는 결론이었다. 그렇게 된다면 흑은 무조건 돌을 던질 수밖에 없다. 이 숨막히는 긴장의 순간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이세돌이 백60으로 슬그머니 물러선 것이었다. "확실히 수상전은 백승인데 왜 물러서는지 알 수가 없군요."(박정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승부란 것이 묘해서 확실히 끝낼 때 끝내 버리지 않으면 언제 어디서 의외의 일로 패하게 될지 모르거든요."(온소진) 검토실의 바둑판 위에 갖가지 가상도가 그려졌다. 먼저 그려진 것이 참고도1의 백1 이하 21까지었다. 다소 복잡하긴 하지만 흑이 잡히는 결과였다. 수읽기가 빠르고 정확하기로 당대 제일인 이세돌이 이 수읽기를 제대로 하지 못했을 리는 없다. 도대체 이세돌이 꺼린 것은 어떤 진행이란 말인가. 박정환이 한참 연구를 하더니 참고도2의 백1 이하 흑22를 만들어냈다. "이 코스가 흑이 시도할 수 있는 유일한 저항책입니다. 흑이 그냥 죽지 않고 늘어진 패가 됩니다."(박정환) 패는 패지만 두 수나 늘어진 패이므로 백이 이것을 겁낼 이유는 없었다. 그런데도 이세돌은 실전보의 백60으로 물러섰고 흑은 79로 백 4점을 잡으면서 크게 살았다. "이것으로도 확실히 이긴다고 본 것이겠지. 불확실한 최선책보다 확실한 차선책으로 이긴다면 그게 현명한 길이겠지. 뭐 꼭 대마를 잡아야 맛인가."(서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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