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관광을 갔다가 북한군의 총격으로 숨진 박왕자(53ㆍ여)씨의 영결식이 15일 오전9시15분께 서울 풍납동 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치러졌다. 지난 11일 새벽 두 발의 총성과 함께 박씨가 쓰러져 그 자리에서 숨진 지 5일 만이다. 남편 방영민(53)씨와 아들 방재정(23)씨 등 유족들은 15분 동안 이어진 예배를 마친 뒤 지하 2층 영안실로 자리를 옮겨 입관식을 치렀다. 정확한 사망경위가 밝혀지지 않은 채 영원히 떠나보내야 한다는 무거운 마음에 유족들은 그간 담담한 모습을 보이려고 애썼지만 입관식을 지켜보며 억눌렀던 슬픔을 토해냈다. 이날 병원에는 아직도 박씨가 다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줄로만 알고 있는 박씨의 80대 노모가 지방에서 올라와 그를 지켜보는 유족과 지인ㆍ취재진의 눈시울을 붉히게 했다. 노모는 빈소가 차려진 장례식장 3층에 올라가지 않고 유족들의 보호를 받으며 1층에 머물렀고 영결행사가 끝날 때까지도 딸의 죽음을 모르는 듯했다. 입관식을 마친 뒤 유족들은 오전10시10분께 장례 지원에 나선 현대아산 직원 40여명과 함께 버스 2대에 나눠 타고 경기도 동두천 장지로 향했다. 박씨의 언니는 “재정이가 너무 불쌍하다”며 영구차로 들어가는 관을 붙잡고 한동안 주저앉아 통곡했다. 12시께 경기도 동두천시의 한 공원 묘원에서 열린 하관식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지만 또다시 눈물바다를 이뤘다. 1시간가량 이어진 하관식이 끝나갈 무렵 방씨와 아들은 영정 사진 옆에서 서로의 손을 꽉 잡은 채 박씨와 소리 없이 작별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