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납세자 권리헌장 믿어도 될까(사설)

국세청이 납세자 권리헌장을 선포, 세정 선진화의 큰 걸음을 내디뎠다. 납세자 권리헌장은 납세자의 권리 보장과 세무 공무원의 의무를 담고있다.이 정신을 바탕으로 납세자 성실성 추정, 중복세무조사 금지, 세무조사 사전통지와 연기신청, 세무조사때 조력을 받을 권리, 과세정보 비밀유지, 서류접수증 교부, 적법하고 신속하게 구제받을 권리, 공정한 대우를 받을 권리 등 8개항의 업무처리지침이 명시됐다. 납세자의 권리를 존중하고 세무행정을 서비스 위주로 바꾸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세정 선진화는 지난해부터 추진해왔던 것으로 만시지탄이 없지 않다. 그렇지만 기대반 회의반이다. 경제발전단계로 보나 민주화 정도로 보나 세정의 민주화 투명화는 더 늦출수 없다. 납세자의 권리가 존중되어야하고 세정이 서비스 위주로, 또 세무관서는 서비스 기관으로 바뀌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세원은 과학적으로 관리돼야하고 납세의 형평성은 높여야 한다. 세무조사는 예측 가능해야하고 세정의 민주성이 확립되어야 한다. 세정 선진화의 전제인 것이다. 선진국에선 이미 정착되어 있다. 이번 납세자 권리헌장은 징세편의주의적이고 국고주의 사고에서 탈피, 징세자와 납세자의 관계를 바로잡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면서도 그렇게 될까하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이번에도 구호나 선언으로 끝날 가능성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여러차례 세정 개혁이 추진되었으나 유야무야로 끝나 여전히 개혁과제로 남아있는 것이다. 납세자는 봉이고 세무공무원은 세금을 탈취해가는 공포의 대상으로 고착되어 있다. 납세자는 세정의 고객이다. 그런데도 세무공무원은 고압적이고 우월적 지위에서 권력을 휘두른다. 오죽하면 국민들이 경찰서와 세무서는 피해서 돌아간다고 하겠는가. 법과 제도가 그렇게 만들어 놓았다. 그렇게 되풀이되어 관행이 되었고 의식속에 굳건히 자리잡혀 있는 것이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의 애매한 제도가 세무공무원의 자의적 판단을 가능케 하고 있다. 봐주면 세금적게 내고 밉게보이면 과분하게 내야하는 경우가 생긴다. 거기에 부정과 비리가 끼여들고 불만과 조세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징세 편의주의에서 납세자 편의주의로, 권위주의적 관료행정에서 서비스행정으로 바꾸는 일은 시대적 요청이다. 여기에는 의식개혁과 치열한 실천의지가 따르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나 불안스러운 것은 세수가 부진한 상황이 겹쳐 국고주의 징세편의주의가 되살아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특히 선거철을 앞두고 나온 헌장이어서 선거를 겨냥한 인기전략으로 전락, 공약으로 그칠 가능성도 없지않다. 납세자 권리헌장은 반가운 소식이다. 불편 부당이 해소되고 세무관서가 가까운 이웃집처럼 느껴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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