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산업이 한국경제의 지탱하는 중요한 축으로 자리잡았다. 국내 휴대폰 업체들은 해마다 200여개에 달하는 새로운 모델들을 선보이며 세계 휴대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새로운 제품이 나올 때마다 혁신적인 디자인과 첨단 기능이 등장해 전세계인들을 깜짝 놀라게 한다. 이제 한국 휴대폰은 세계 어디를 가든 명품(名品) 대접을 받고 있다. 피부색, 남녀 노소를 가릴 것 없이 한국 휴대폰은 가장 갖고 싶은 모바일 기기로 자리매김했다. 그래서 한국 휴대폰이 전세계 시장에서 2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조금도 이상할 게 없다. 한국 휴대폰이 세계적인 명품으로 자리잡은 것은 뛰어난 통신 인프라, 적극적인 연구개발(R&D), 우수한 품질과 디자인, 효과적인 마케팅 등이 한데 어우러진 결과다. 한국은 지난 96년 코드분할다중접속방식(CDMA)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후 언제 어디에서라도 휴대폰 통화가 가능한 통신 인프라를 구축했다.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등 휴대폰 업체들은 체계적이고 과감한 연구개발(R&D)을 통해 품질 및 디자인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세계 곳곳에서 ‘현지 밀착형’ 마케팅을 통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또 신제품에 대한 수요가 끊임없이 창출되는 독특한 국내 소비환경도 국산 휴대폰의 세계시장 공략에 밑거름이 됐다. ◇전세계 휴대폰 5대 중 1대는 ‘메이드 인 코리아’=올 상반기 전세계 휴대폰 시장 규모는 약 3억7,000여만대에 달했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4,890만대), LG전자(2,320만대), 팬택(800만대) 등 국내 휴대폰 업체들이 공급한 휴대폰은 모두 8,000여만대다. 국내 업체들이 전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21% 이상을 차지한 셈이다. 지난해 휴대폰을 중심으로 한 모바일기기의 수출액은 262억달러로 반도체(265억달러), 자동차(325억달러)와 함께 수출효자 품목으로 자리매김했다. 국내 휴대폰 산업의 약진은 관련 부품 및 소프트웨어(SW) 산업의 동반 성장을 가져왔다. 현재 국내 휴대폰 관련 부품 및 SW 업체는 2만여개가 넘고, 종사자도 60만명을 넘어서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기술ㆍ디자인ㆍ마케팅의 승리=국내 휴대폰 산업 역사는 10여년에 불과하다. 단기간에 세계적인 휴대폰 강국으로 우뚝 선 데는 기술, 디자인, 마케팅에서 우위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한국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CDMA를 상용화했다. 이 같은 선진 이동통신 인프라는 휴대폰 산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토양으로 작용했다. 또 휴대폰 업체들은 R&D, 제품생산, 디자인, 마케팅 등에 걸쳐 체계적인 투자를 집행하는 한편 해외시장을 공략, 규모의 경제를 실천하는 데도 성공했다. 현재 삼성전자ㆍLG전자ㆍ팬택계열 등의 휴대폰 R&D 인력은 모두 1만5,000명에 달한다. 휴대폰 관련 R&D 투자규모는 매년 2조원을 넘어설 정도로 기술 우위를 지키려는 노력은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최근에는 기능과 함께 디자인 경쟁력을 높이는 데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세계 디자인의 본거지라 불리는 이탈리아에서 휴대폰 디자인연구소를 운영하는 동시에 세계적인 디자이너를 속속 영입하고 있다. 이와 함께 세계 각국의 현지 상황과 소비자 심리를 정확히 파악해 여기에 맞춰 마케팅을 펼치는 것도 판매를 늘리는 데 큰 보탬이 되고 있다. ◇‘빨리 빨리’ 문화도 경쟁력에 기여=한국 휴대폰 산업의 성장 요인으로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우리의 ‘국민성’이다. 유난히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한 탓에 업체들이 생산하는 휴대 단말기와 서비스들을 빠르게 받아들이고, 교체 주기도 빨라 세계시장 공략에 필수적인 ‘시험시장(test bed)’ 노릇을 할 수 있었다. 또 유럽이나 미국과 달리 ‘작은 휴대폰’에 대한 남다른 선호도 역시 결과적으로 세계 휴대폰 디자인의 트렌드를 선도하게 됐다. 휴대폰 분야에서도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진리가 실현되고 있는 셈이다. 조진호 삼성전자 애니콜영업팀 상무는 “한국 휴대폰 산업은 초기부터 뛰어난 품질을 갖춘 제품을 생산한 데다 단말기의 특성과 우리나라 사람들의 문화적 속성이 잘 맞아 떨어짐으로써 국내에서 성공한 제품을 바로 해외에 출시하면서 상당한 경쟁력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핵심기술 확보로 경쟁력을 더욱 높여야=휴대폰 강국으로서의 위상을 계속 유지해 나가려면 핵심 원천기술에 대한 주도권 확보가 필수적이다. 휴대폰이 단순한 음성통화 수단에서 각종 무선콘텐츠 발달과 함께 방송 수신 수단 등으로 확장되고, 머지않아 유비쿼터스 시대의 핵심 기기로 발전하려면 더 많은 기술이 단말기 안에 녹아들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휴대폰 단말기 가격의 약 15~20% 가량은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외국 업체에 로열티로 빠져나간다. 이와 함께 현재 70%대에 이르고 있는 부품 국산화율 또한 지속적으로 높여야 한다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국내 휴대폰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한국 휴대폰의 경우 외국업체들이 주요 핵심기술을 갖고 있었지만 카메라폰 등으로 대변되는 멀티미디어 시대로 접어들면서 상황이 바뀌고 있다”며 “핵심기술에 대한 확보야 말로 한국이 안정적으로 휴대폰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열쇠”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우현석차장 정승량·한영일·김문섭·최광기자 hnskwo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