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정치 타협물로 담화 훼손… 문구 수정 가능성

■ 고노담화 검증결과 발표 日의 속셈은

"양국 사전 교감" 문구 넣어 日 우익 공격 명분 제공<br>정부 "피해자에 또 상처… 국제사회가 용납 않을 것"<br>일본 당국자의 고노담화 관련 주요 발언


일본 정부가 지난 1993년 고노담화 작성시 '한일 정부 간의 문안 조정이 있었다'는 내용을 담은 고노담화 검증 결과를 발표함에 따라 한일 간 감정의 골은 한층 더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일본이 고노담화를 전면 부정하고 있다고 판단, 강하게 항의할 방침이다.

일본 정부는 20일 고노담화 검증 결과를 발표하면서 한일 양국이 사전에 교감을 나눴다는 문구를 넣었다. 한일이 정치적 협상을 통해 고노담화를 작성했다는 해석을 넣어 고노담화를 사실상 무력화한 것이다.

한국 정부는 지금까지 "고노담화는 위안부 피해자들을 본인 의사에 반해 강압으로 모집했다는 것을 인정한 일본 정부의 입장을 담고 있는 것"이라며 사전교감설을 부인해왔다. 이 때문에 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냉각기를 맞은 한일 관계가 더욱 얼어붙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일본 측은 30여쪽에 달하는 고노담화 검증 결과 보고서의 문구를 모호하게 해 한국 정부의 반발을 최소화하려는 치밀함도 보였다. 또 국제사회의 눈을 의식,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 정부가 꾸준히 애썼다는 내용도 잊지 않았다. 보고서는 1995년 발족한 아시아여성기금이 각국 위안부 피해자 일부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는 등의 활동을 벌인 내용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통해 위안부 문제가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매듭지어졌다는 점 또한 대내외에 함께 알린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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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외교 전문가는 "주권국이 어떤 입장을 발표할 경우 관련국에 내용을 사전에 알려주는 것은 관례"라며 "이를 빌미로 고노담화의 진정성을 훼손한 것은 향후 한일 관계는 물론 일본이 타국과의 외교를 진행할 때도 종종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당시 '양국 인사 간 접촉'을 현안에 관한 외교 상대국의 의사를 파악하는 통상적인 절차가 아니라 사실관계를 끼워 맞춘 협상으로 비쳐지게 해 외교적 파문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검증 결과는 일본 우익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공격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두고두고 문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일본유신회 측이 애초 검증을 요구한 의도가 고노담화의 근거가 미약하다는 주장을 펴기 위해서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본 우익 측의 손을 들어줬다는 해석도 나온다. 고노담화의 진정성과 관련한 일본 내부의 비판이 계속될 경우 문구 자체를 수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베 신조 총리가 일본 내부 정치를 위해 한일 및 중일 관계를 활용하는 만큼 향후 정치적 반전용으로 고노담화를 수정할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번 일본의 발표문에 대해 강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벳쇼 고로 주한 일본대사 초치 등의 조치가 우선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고노담화 검증 결과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의 표현이 많아 대응 수위 여부를 결정하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또 유엔과 같은 국제기구 등에 일본의 만행을 알리는 방식을 통한 대응을 병행해나갈 예정이다. 최석영 주 제네바대표부 대사는 19일(현지시간)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유엔의 인권 메커니즘과 각종 협약 등은 수십년간 군 위안부에 대한 일본의 책임을 강조해왔다"며 "그러나 일본이 희생자에 대한 진정한 사과 대신 역사적 사실은 물론 책임까지 부인하는 것은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밝히는 등 정부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4월 방한 당시 기자회견에서 "위안부 문제는 끔찍하고 매우 지독한 인권 침해 문제"라고 밝힌 만큼 미국 측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주목된다. 다만 이라크 내전 등으로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정책이 점점 힘을 잃는 상황에서 미일 동맹의 틀을 흔들면서까지 일본을 압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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