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캐리 트레이드가 세계 통화 전쟁의 새로운 복병으로 등장하고 있다. 일본 경제가 회복기조를 보이지만 엔화가 미국 달러화와 유로화는 물론 한국 원화에 대해 약세를 유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엔캐리 덕분에 일본은행(BOJ)은 전세계적인 금리인상 압력에도 불구, 금리인상을 보류하며 세계 최저 수준인 0.50%의 기준금리를 고수하고 있다. 일본의 저금리 정책은 엔화를 저리에 빌려 달러 등 다른 나라의 통화 자산에 투자하는 엔캐리 트레이드의 확대로 이어져 엔화 약세를 가속화하고 있다. 25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ㆍ달러 환율은 이날 오후3시 현재 4년반 만에 최저치인 1달러당 123.91엔에 거래됐다. 올 들어 달러화에 대한 엔화 환율은 지속적으로 약세를 보이며 지난해 말보다 3.9%나 상승했다(평가절하). 엔화 가치는 원화에 대해서도 올 들어 4.22% 급락했다. 이처럼 엔화 가치가 약세를 보이는 것은 전세계적인 금리인상 흐름에도 불구, 일본이 저금리 정책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각국의 금리 차이가 심화되면 금리가 낮은 엔화를 팔고 대신 달러화나 유로화를 사서 해외자산에 투자하는 엔캐리 트레이드가 증가한다. 엔화 대출→외환시장에서 엔화 매도→유로 및 달러화 등 고금리 통화 매입→엔화 약세의 흐름이 반복되는 것이다. 게다가 미국이 중국에 위안화의 가치를 높이라며 압박 강도를 높이면서도 일본에 대해서만은 엔화 약세를 묵인하는 것도 엔화 약세의 원인이 되고 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에 이어 아베 신조 현 총리가 부시 행정부의 외교정책에 코드를 맞췄고 때문에 미국이 엔화 약세를 용인하고 있다는 것. 일본의 기준금리는 현재 0.50%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기준금리인 5.25%보다 4.75%포인트나 낮고 영국과 유럽연합(EU)보다는 각각 5%포인트, 3.75%포인트 낮다. 엔화 가치는 금리 차이에 따른 엔캐리 트레이드 증가로 대부분의 통화에 대해 약세를 보이며 유로에 대해서는 사상 최저치, 달러화에 대해서도 4년여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특히 기준금리가 각각 8%, 6.25%에 달하는 뉴질랜드와 호주에서 엔캐리 트레이드가 맹위를 떨치며 이들 국가의 통화에 대한 약세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엔캐리 트레이드 확대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이날 연례 보고서에서 “현재 진행되는 엔화의 대외 가치 하락에는 명백히 비정상적인 측면이 있다”며 “일본은행은 통화긴축정책을 통해 이런 비정상적인 흐름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BIS는 또 달러 자산에 대한 투자가 감소하면서 달러 약세가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BIS는 “민간 부분의 달러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면서 달러가 취약해질(vulnerable) 것”이라며 “공공 부문으로부터의 투자 유입도 불확실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BIS는 특히 그동안 미국 국채를 사들이기 위해 달러화 매입에 나섰던 각국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달러화 매입을 줄이고 자국 통화 절상을 용인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