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 선 현대차 노조] 변하지 않으면 공멸한다 파업 만능 'GM몰락' 교훈삼아야…高賃·과도한 복지 대가로 3만5,000명 일자리 잃어다음달 선출 새 집행부에 현대자동차의 미래 달려 울산=곽경호 기자 kkh1108@sed.co.kr 올해로 창립 20주년을 맞는 현대자동차 노조는 창립 이후 10년간은 과도기였으나 지난 97년도부터 본격적인 강성노조가 발호하기 시작했다. 현장 내에는 현재 10여개의 재조직(현장활동가조직)이 결성돼 집행부 선거 때면 각 계파마다 이합집산과 합종연횡을 거듭하고 있다. 이들 재조직이 집행부 진출을 위해 벌이는 선명성 경쟁은 과격 투쟁으로 이어져 결국 노조 전체를 '파업 만능주의'로 물들게 만드는 것이다. 현장 재조직들에 의해 끝 모르게 진행되는 현대자동차 노조의 강성화는 70여년간 세계 자동차 1위 자리를 호령해온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경우처럼 노사공멸의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 GM은 지난해 6월부터 단행된 구조조정으로 현재까지 약 1만5,000명이 직장을 떠났다. 회사도 급격한 매출감소와 경영악화로 미국 곳곳에 산재했던 생산라인 중 상당수를 폐쇄했다. GM의 이 같은 몰락은 파업을 무기로 회사와 고객들 위에 군림해온 강성 노조의 지나친 임금인상 요구가 가장 큰 원인이었다. GM 노조는 회사 측에 파업을 무기삼아 지나친 임금인상과 복지비용 지출 등을 줄기차게 요구했다. 노조는 회사 측에 해마다 두자릿수 임금인상과 성과급은 물론 퇴직자에 대한 평생 의료보험료 지급 등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높은 수준의 임금과 복지혜택을 요구, 관철시켰다. 당시 GM의 경영진도 강성노조에 맞서기보다는 노조의 압박에 순순히 요구를 들어주는 쉬운 길을 선택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참담했다. 80년대 들어 일본 자동차가 미국시장을 잠식하면서 GM 등 미국 자동차업계는 최대 위기를 맞았다. 고임금으로 인한 후유증은 심각한 경영난으로 이어졌고 결국 수만명이 한꺼번에 일자리를 잃게 되는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GM의 몰락은 지난 10여년간 강성 노동운동과 '파업 만능주의'에 젖어 있는 현대자동차도 똑같은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음을 경고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기념품 납품비리로 중도 퇴진하는 현 집행부를 대신, 다음달 중순 조기선거를 통해 선출되는 13번째 노조위원장 겸 제1대 금속노조 현대차 지부장을 선출한다. 노사간 힘의 비중이 노조 측에 쏠려 있는 현대차의 특성상 노조집행부 성향은 현대차 노사관계를 크게 좌우할 수밖에 없다. 지난 10여년간 현대차 노조 집행부의 성향을 살펴보면 각 현장 재조직간 계파 연합으로 집권한 집행부일수록 단일 조직 집행부에 비해 훨씬 강성 일변도였다. 각 현장에 난립한 재조직(현장활동가)들의 집권을 위한 선명성 경쟁이 결국 새로운 노사관계 창출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 됐다. 실제 99년 8대 집행부는 당시 현장조직인 실노회와 현노신 연합으로 탄생했다. 10대는 ▦미래회 ▦현노신 ▦현지사 등 3개 조직이 연합한 '민노투'에서 위원장이 나왔으나 집행부 임기 종료 후 다시 조직이 분산됐다. 현 집행부인 '민노회'는 ▦미래회 ▦동지회가 2006년 2월 조직을 통합, 그 해 연말 치른 위원장 선거에서 집행부에 당선됐다. 반면 7대(97~98년)와 9대, 11대(04~05년) 집행부는 단일조직인 '민투위'에서 노조집행권을 차지했다. 노사협상 중 파업규모를 살펴 보면 연합, 통합조직 집행부의 규모가 훨씬 많다. 10대 집행부는 임기 중 세번의 협상 과정에서 각각 8만3,000대(2001년), 8만4,000대(2002년), 10만4,000대(2003년)로 가장 많은 파업손실을 기록했다. 현 12대 집행부가 9만3,000대(2006년), 8대 집행부가 6만2,000대(2000년) 등 모두 5만대 이상의 파업손실을 보였다. 반면 단일조직 집행부였던 시기는 상대적으로 파업손실 규모가 적었다. 11대 집행부의 경우 1만8,000대(2004년), 4만1,000대(2005년)의 파업규모에 그쳤다. 노동전문가들은 "현대차 노조 내에 난립한 10여개의 현장조직들이 저마다 집권을 위해 합종연횡을 일삼고 과도한 선명성 경쟁을 벌이는 바람에 현대차 노사관계가 이 지경에 놓이게 됐다"며 "노조원 개개인이 현장조직에 끌려가지 않는 건전한 노조활동을 보장받아야 새로운 노사문화가 탄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입력시간 : 2007/01/11 1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