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같은 은행의 부실증가는 미국 경제가 조만간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우려를 심화시키는 전주곡으로 해석하고 있다.13일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따르면 지난해 상위 50대 미국은행들의 총대출 대비 부실자산의 비율이 지난해 0.76%에서 올 상반기에는 0.81%로 증가했다. 부실여신은 지난해 지난 91년 이후 7년만에 처음 증가세로 돌아선 뒤 올들어 증가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미국 은행들은 장기호황으로 대출 대상이 크게 줄어들자 자산운용 차원에서 위험이 높은 대출선을 크게 늘려 왔다.
또 일반가정의 대출자산의 건전성도 상당 부분 부풀려져 있고 경기가 하강국면으로 진입하면 부실화가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무디스 투자서비스의 에드 반콜 이사는 『경기호황 덕분에 일반가정의 실질소득이 늘어나 실제 신용상태가 상당 부분 가려져 있다』며 『경제성장 속도가 떨어져도 소비 패턴은 즉시 바꿀 수 없기 때문에 대출 압력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은행지주회사가 차입을 통해 자회사에 자본투자를 하고 자회사는 이를 바탕으로 다시 차입을 늘리는 이중차입도 문제가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이중차입은 자회사에 문제가 생기면 모(母) 은행이 연쇄적으로 위험에 빠지기 때문이다. 지난 80년대와 90년초 많은 은행들이 도산한 이유도 이같은 이중차입 때문이다.
카티 로소우 체이스 맨해튼증권의 수석분석가는 『최근 이중차입 관행이 다시 유행하고 있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이중차입이 몰고 올 위험성에 대한 관심이 희석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 은행감독당국은 모 은행의 이중차입금 비중이 총자산 대비 125%가 넘어서면 위험한 상황으로 진단하고 있으며 50대 은행 가운데 멜론은행, BOA 등 5개 은행이 이미 지난 98년말 이같은 비율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형주 기자LHJ303@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