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사설/12월 30일] 가자 폭격, 잃는 게 더 많다

중동에서 휴전은 그저 군인들에게 휴식을 취하게 해야 할 경우에만 이뤄진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마스와 이스라엘은 6개월 만에 휴전협정을 깨뜨렸다. 놀라운 것은 아무도 이들의 싸움을 저지하려 들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팔레스타인인들이 수제 로켓탄으로 이스라엘을 공격하는 반면 이스라엘은 엄청난 규모의 전투기를 투입해 가자지구를 공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27일 가자지구의 하루 사상자 수는 1967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스라엘이 이처럼 호전적인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곧 다가올 선거 때문이다.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카디마당과 노동당이 강한 모습을 보임으로써 표심을 얻으려고 하는 것이다. 카디마당과 노동당은 지난달 조사 결과 강경파인 리쿠드당보다 지지율이 낮아 재집권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는 결코 현명한 행동이 못 된다. 이스라엘과 미국 간 동맹에 대한 회의론을 부채질함으로써 결국 무슬림 극단주의자들에게 힘을 실어줄 것이기 때문이다. 또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전까지의 파타당 대신 하마스를 자신들의 대표로 선출한 것은 하마스의 폭력 노선에 동조해서가 아니다. 파타당의 부패와 무능에 책임을 물었을 따름이다. 대부분의 팔레스타인인들은 물리적 폭력보다는 협상을 지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지지와 유럽의 암묵적인 동의를 등에 업은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고립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마스는 현재 팔레스타인의 기둥이나 다름없다. 그런데도 하마스를 공격해 팔레스타인의 생존을 위협하면서 비폭력 노선을 주창하는 팔레스타인인들과 화해를 꿈꾼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스라엘은 자신들이 팔레스타인 지역을 점령함으로써 양자 간의 갈등이 촉발됐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또 하마스와 파타당은 서로 간의 갈등을 잠시 접어두고 이스라엘과의 협상에 나서야 한다.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에 대한 해법을 내놓고 양측이 이를 실행하도록 압박할 필요가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하면 이 문제에 반드시 개입해야 한다. 오바마 당선인은 조지 W 부시 대통령과는 차별되는 정치적 성향 덕에 미국 대통령으로서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팔레스타인에도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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