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지주와 태광그룹 사태 등을 통해 차명거래가 새삼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는 가운데 차명거래를 포함해 '수상한 돈거래'라고 금융회사가 당국에 신고하는 사례가 최근 5년 사이 10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가 기업의 유리알 경영과 금융거래 투명성을 외치고 있지만 세금 탈루와 비자금 조성 등을 위한 차명의 독버섯은 계속 자라고 있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이에 따라 수상한 거래를 제대로 신고하지 않는 금융회사에 대한 제재 수위를 현재 과태료 부과에서 임직원 문책은 물론 심할 경우 영업정지까지 할 수 있도록 연내에 법을 바꾸기로 했다. 1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9월까지 일선 금융회사들이 이른바 '불법 혐의거래'라고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한 건수가 17만438건에 이르렀다. 이는 지난해 전체 불법 혐의거래 건수인 13만6,282건을 이미 넘어선 것이다. 혐의거래 건수는 2005년 1만3,459건에서 이듬해 2만4,149건으로 늘어난 뒤 지난해에는 5년 만에 10배 이상 늘어나 10만건을 넘어섰다. 불법 혐의거래는 1,000만원 이상의 금융거래 가운데 불법 재산이나 자금세탁 행위와 관련된 거래라고 의심될 경우 금융회사가 FIU에 신고하는 것으로 차명계좌 등 수상한 돈 거래가 모두 포함된다. '검은돈 거래'로 신고하는 건수가 이처럼 늘어난 것은 국내 자본시장의 덩치가 커지고 혐의거래 보고가 체계화됐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업 오너 등 '돈 있는 사람들'이 경영권 세습이나 세금 탈루를 위해 차명 등의 수법을 여전히 선호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비정상적인 수단으로 사업을 확장하거나 세금을 탈루하는 경영자 또는 부유층에게 차명계좌는 피할 수 없는 유혹"이라고 말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도 "단순한 기업인의 횡령ㆍ배임 사건이 정관계 로비 등 대형 비리 사건으로 발전하는 경우 그 중심에는 대부분 차명계좌가 자리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현행 금융실명제법이 차명계좌를 개설한 사람은 처벌할 수 없도록 하는 등 법망이 지나치게 느슨하고 처벌규정이 미약한 것도 불법 거래를 부추기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 역시 적지 않다. 금융당국은 이처럼 차명거래가 계속 불법 자금거래의 창구로 이용됨에 따라 이를 억제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기로 했다. 당국은 연내 '특정 금융거래 보고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현행 혐의거래를 제대로 보고하지 않을 경우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만을 부과하도록 돼 있는 데서 앞으로는 임직원 문책과 영업정지 등의 기관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아울러 혐의거래의 보고 기준을 6월 종전 2,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낮춘 데 이어 중장기적으로 하한 기준을 아예 없애 불법이 의심되는 모든 금융거래를 당국에 보고하도록 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