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韓中日 바둑영웅전] 곤란하면 손을 뺀다


이 바둑에는 요다의 두터움과 박영훈의 균형감각이 극명하게 나타난다. 원래 두 사람은 하나처럼 백번일 때에 특별히 잘 두는 스타일이다. 박영훈은 흑번이 되자 덤 6집반을 퍽 부담스럽게 여겨졌다. 실리로 확실하게 앞서지 않으면 요다의 두터움이 후반으로 갈수록 큰 중압감으로 다가온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요다의 의표를 찌르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흑59라는 과감한 침입은 그러한 생각의 소산이었다. 60의 자리를 얻어맞는 아픔을 감수하면서 감행한 이 침입에는 소년 박영훈 특유의 용기가 담겨있었다. 이것으로 실리의 균형은 깨어졌다. 균형감각의 전문가인 박영훈의 독특한 작전이었다. 흑73으로 삭감해 들어가면서 박영훈은 어렴풋하게나마 승리를 예감했다. 그의 실착은 바로 그 예감 직후에 등장했는데…. 흑75가 말도 안되는 제자리 걸음이었다. 튼튼하게 가에 둘 자리. “90점짜리 답안을 계속 써내다가 50점을 기록한 격인데요.” 검토실의 서능욱이 쯧쯧 혀를 차고 있을 때 요다의 76이 놓였다. 흑은 당장 운신이 거북하게 되었다. 참고도의 흑1로 뛰면 백2 이하 6으로 끊겨 대책이 없다. 고민하던 박영훈은 아예 손을 빼어 흑81로 상변부터 정비했다. 곤란할 때는 손을 뺀다는 요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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