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환경분과 협상에서 양측이 도입하기로 합의한 ‘대중참여제도(PP)’는 노동분과에서 한미가 긍정적으로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공중의견제출제도(PC)’와 함께 우리 기업에 적잖은 짐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적지않다. 당장 FTA가 발효되면 우리 수출기업을 상대로 한 미국의 환경공세도 예상되고 있다. 물론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 협상단은 이 제도가 선진국보다 낙후된 국내 환경보호 수준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다른 국가와 체결한 FTA에서 PP 도입을 이끌어냈고 이를 통해 해당 국가 및 기업에 환경강화를 명목으로 압박을 가한 사례가 적지않은 것이 현실이다. 우리 협상단도 이 같은 점을 고려, PP 도입에는 합의했지만 이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미국은 현재 환경법 위반시 이를 심의할 수 있는 별도의 판정기구를 두기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미국의 환경공세, 판정기구가 관건=5차 협상에서 미국은 PP와 별도의 중립적인 판정기구 설치를 요구했다. 동시에 PP와 기구 설치는 미국이 종전에 다른 국가와 맺었던 FTA에서 빠지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협상단은 우선 PP에는 찬성표를 던졌다. 하지만 중립적인 판정기구 설치에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협상단의 한 관계자는 “판정기구가 만들어지면 미국은 환경에 관련된 문제를 이 테이블에 올려 논의하자고 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우리 기업들이 적잖은 곤혹을 치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노동분과도 환경과 흡사=8일(한국시간)로 노동분과 협상이 마무리됐는데 이곳에서 미국은 환경과 마찬가지로 노동법 위반을 심의ㆍ판정할 별도의 기구 설치를 강력히 요구했다. 이명로 노동분과장은 “4차 때 양국은 노동협력위원회 설치에 합의했고 이에 따라 우리는 노동법 위반 등 모든 문제를 이곳에서 논의ㆍ심의하자고 주장하고 있다”며 “하지만 미국은 환경분과처럼 별도의 판정기구 설치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FTA를 통해 상대국의 노동ㆍ환경 수준을 한 단계 높이자는 것이 미국의 대의명분. 하지만 이 이면에는 별도로 판정기구를 설치, 이 루트를 통해 압박의 공세를 높이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환경ㆍ노동법 위반을 심의할 별도의 중립적인 판정기구 설치 여부는 내년 1월에 열리는 6차 협상에서 최종 논의ㆍ협의될 예정이다. 6차 협상 결과에 따라 국내 기업에 미치는 강도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5차 협상 9일(한국시간) 종료=5일(한국시간)부터 시작된 5차 FTA 협상이 9일 경쟁분과 토론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경쟁분과에서 한미 양측은 미측이 주장하는 동의명령제 도입에 대해 합의된 문구를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동의명령제란 기업이 법 위반행위를 시정하기로 공정거래위원회와 합의하면 사건이 종료되는 제도다. 미측은 FTA 테이블을 통해 이 제도 도입을 요구했고 우리도 이미 이에 대한 도입의사를 밝힌 상태라 5차 협상에서는 무난한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경쟁분과에서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협정문에 ‘재벌’ 단어 삽입은 우리 측이 강력 반대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미국은 재벌이 정부로부터 특혜를 받고 있다며 협정문에 이를 넣기를 주문해놓은 상태다. 한편 9일 워싱턴에서는 섬유분과 고위급 회담이 예정돼 있다. 섬유 원산지 규정, 관세인하 폭 등을 놓고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