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지식경제, 특허가 이끈다]<1> 똑똑한 특허, 고부가의 주역

"고품질 특허로 경쟁력 차별화해야"<br> "이젠 양보다질" 세계 특허심사 품질경쟁 치열<br>"R&D효율성 높이려면'한국형 기술분류' 필요"


[지식경제, 특허가 이끈다] 똑똑한 특허, 고부가의 주역 "고품질 특허로 경쟁력 차별화해야" "이젠 양보다질" 세계 특허심사 품질경쟁 치열"R&D효율성 높이려면'한국형 기술분류' 필요" 이연선 기자 bluedash@sed.co.kr 한국은 세계 4위 특허출원 대국이다. 특허심사처리기간도 10개월로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하지만 특허기술 무역수지로 보면 적자 상위국 5위다. 특허분쟁이 발생하면 무효판정을 받는 특허가 50%에 이른다. 특허의 덩치는 커졌는데, 내용은 허약한 것이다. 서울경제신문은 한국이 지식재산강국이 되기 위해선 특허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보고, 4회에 걸쳐 특허정책의 방향과 선진사례에 대해 살펴본다. #2005년 11월. 특허청 심사관 A씨는 특허심사 도중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K사는 한 달 전에도 고주파 스위치 관련 비슷한 특허를 출원한 적이 있었다. 과거자료를 검색해보니 이 회사는 2005년 10월, 거의 같은 내용의 특허를 출원했다. K사는 1년 뒤인 2006년 9월 또 다시 유사한 특허를 출원한다. 특허는 3건이지만, 내용은 하나였다. #2008년 5월. 국내에서 특허출원을 가장 많이 하는 4개 대기업(삼성전자, 하이닉스, 현대자동차, LG화학) 특허 담당자들이 특허청의 방문을 받았다. 이들 기업은 앞으로 특허출원 건수가 줄어들 것이라는 의견을 전달했다. 대신 1건이라도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갖는 강력한 특허를 낼 테니, 특허청도 진보적인 심사평가시스템을 갖춰달라고 요구했다. 특허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양' 중심의 특허가 '질'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실질적으로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똑똑한 특허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고정식 특허청장은 "1개 특허를 2개로 쪼개서 출원건수만 늘리는 식으로는 더 이상 4대 특허강국의 자리를 지킬 수 없다"며 "'고품질 특허'로 산업계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고품질 특허는 지식재산의 '중심'=특허의 품질이 높다는 것은, 기술적 가치가 인정될 뿐 아니라, 법률적으로도 무효화될 확률이 낮은 안정적인 특허라는 뜻을 내포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익창출에 도움이 되고, 다른 회사와 경쟁력을 분명히 차별화 할 수 있는 유용한 자산이 된다. 특허의 품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은 개별기업 뿐 아니라 국제적인 공동이슈이기도 하다. 최근 동일한 특허가 여러 국가에 출원 되면서 각국의 특허청은 심사업무가 이미 한계상황에 몰린 상태다. 국가간 협력을 통해 특허청끼리 심사정보를 공유하고, 심사품질을 유지해 공동대응 할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것이다. 이는 곧 국내 특허심사 수준도 특허 선진국들과 동등한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계는 특허심사 품질경쟁 중=특허심사 경쟁력이 국제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각국은 심사품질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의 경우 심사대기 건수가 지난해 기준 71만 건으로 심사적체가 가장 심하지만, 심사품질 향상에 대한 관심은 매우 높다. 5,500여명의 심사관은 심사과정에서 심사관의 의견을 명확히 기재한 심사노트를 기재하며, 선행기술에 대한 모든 정보를 출원 시 함께 제출하는 '정보개시서(Information Disclosure Statement)' 제도로 정확성을 높이고 있다. 유럽특허청(EPO)은 전체 심사건수 가운데 6~8%를 추출, 심사평가반이 심사절차 및 심사결과의 적합성 여부를 평가한다. 또 최근에는 선행기술조사부서와 심사부서로 나뉘었던 특허심사처리절차를 베스트(BESTㆍBringing Examination and Search Together) 프로젝트로 통합, 특허심사품질 향상 효과를 보고 있다. 일본특허청(JPO)의 경우 지난해 심사품질 감리실을 설치, 체계적인 심사품질 관리에 들어갔다. 일본특허청은 지금까지 특허문헌ㆍ비문헌 데이터베이스 구축, 외부 선행기술조사 시행 등 특허심사 품질 향상을 위한 노력을 세심하게 기울여왔다. ◇'한국형 기술분류'로 R&D 지름길 찾아라=우리나라 특허청도 고품질 특허창출을 위해 팔을 걷고 나섰다. 고정식 특허청장은 ▦심사인프라의 최적화 ▦심사품질의 고도화 ▦심사품질관리의 효율화 등 3가지 추진전략을 세우고, 품질개선 전략에 들어갔다. 이 가운데 핵심은 단연 '한국형 특허분류시스템'의 도입이다. 특허분야에서 기술분류는 심사에 앞서 선행기술을 검색하는 매우 중요한 도구로 특허심사품질과 직결된다. 현재 우리나라가 6만8,000개에 불과한 국제특허분류(IPC)를 쓰는 반면, 미국, 유럽, 일본 등 3극 특허청은 이보다 훨씬 세분화 된 고유 기술분류체계를 갖추고 있다. 미국의 특허분류인 USPC는 15만개, 유럽특허분류인 ECLA는 13만개, 일본 'F-term'은 34만개 등으로 2배 이상 차이 난다. 특허청은 IPC가 다양화되는 특허기술을 제대로 분류하기 어렵다고 보고, '한국형 특허분류시스템'를 구축해 기술분류체계의 활용도를 높일 계획이다. 이한선 LG화학 기술연구원 특허팀장은 "IPC는 학문적 기술분류체계라 기업이 경쟁사와 경쟁력을 비교하고, 특허전략을 세울 때 적합하지 않다"며 "독자적인 한국형 기술분류체계가 만들어질 경우, 연구개발(R&D)에 앞서 기존 특허부터 살펴보고, 전략을 세울 때 효율성이 훨씬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 특허청“심사책임제 도입 인력품질도 높일것” ‘특허품질은 인력품질에서 나온다’ 특허청은 심사품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심사인력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보고, ‘심사품질 책임제’를 도입해 안정적인 품질관리시스템을 정착시켜나갈 계획이다. 특허청은 우선 일부 국 단위로 운영해오던 ‘심사품질 자가진단제’를 청 전체에 확대하기로 했다. ‘심사품질 자가진단제’란, 심사결과에 대한 심사부서의 평균값과 심사관 개인값을 비교해 심사관 스스로 일정 수준의 품질을 확보하도록 유도하는 제도다. 특허청은 또 개별 심사부서의 특성에 맞는 ‘심사품질 책임제’를 도입, 심사품질에 대한 관리자급(국장, 과장)의 책임을 강화했다. ‘심사품질 책임제’가 시행되면 심사국장은 심사국의 매니저로서 품질제고를 위한 자율적 목표를 설정하게 되고, 심사과장은 표준심사처리서(SOP)를 마련해 성과를 체크한다. 이 밖에 신규 심사관 채용시스템도 미국식으로 전환한다. 특허청은 심사관 희망자를 대상으로 전문영역별 지원자 풀을 형성한 뒤, 상시채용을 통해 결원이 생길 때마다 지원자 풀에서 뽑는 방식을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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