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2월 4일] 은행 지배구조 개선 기대한다

지난달 25일 전국은행연합회는 은행권 사외이사의 독립성 및 전문성 제고를 위한 '사외이사 모범규준'을 제정했다. 그러나 이 제도가 지배구조 개선으로 이어지려면 사외이사의 독립성ㆍ전문성이 전제돼야 하는데 과연 새로운 제도의 도입이 책임경영 정착에 얼마나 공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번 모범규준 제정은 그간 사외이사 제도가 기대한 만큼 대주주ㆍ경영진을 견제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독립·전문성 갖춘 사외이사 필요 외환위기 후 구조조정을 통해 대형은행과 은행지주회사가 탄생했으나 명백한 주인이 없는 상태에서 이사회는 경영진 견제의 기능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사외이사들이 경영진과 유착하거나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혹독한 평가를 하기도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우리나라 금융기관의 취약성이 또다시 드러나자 이러한 평가가 힘을 얻고 있다.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글로벌 신용경색으로 우리나라 금융기관의 단기 차입비율과 예대율 비율이 도마에 오르며 심각한 외화유동성 부족과 환율급등을 경험한 바 있다. 이번 금융위기를 계기로 금융기관의 투명성과 책임성 강화 및 금융규제 감독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됐으며 각국은 나름대로의 개혁 조치를 취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금융감독기구의 개편작업이 있었으며 최근에는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금융사들의 무분별한 고위험 투자와 대형화를 막기 위한 강력한 금융규제 정책을 발표하는 등 금융개혁 조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글로벌 금융위기 후 제기된 금융건전성 규제 및 투명성 강화 논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번에 제정된 사외이사 모범규준은 금융건전성 규제 및 투명성 강화를 위해 필요한 일련의 조치 중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것에 해당된다. 은행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이번 대책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기관과 금융시장의 건전성과 투명성을 강화하려는 국제적 논의와 맞닿아 있다. 이번 조치로 은행 경영진에 대한 이사회의 견제가 강화됐다. 은행지주회사와 은행은 이사회 의장을 원칙적으로 사외이사 중에서 뽑아야 하며 이사회 의장이 경영진과 유착하지 못하도록 매년 선임해야 한다. 사외이사의 임기를 제한하고 연임할 때는 다면평가를 받게 하며 사외이사에게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과 같은 경영성과 연동 보수를 지급하지 못하게 하는 등 사외이사에 대한 규제도 강화됐다. 또 사외이사가 실제적으로 감시ㆍ견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하도록 했다. 이번 조치뿐만 아니라 이어지는 일련의 금융건전성 및 투명성 강화 대책으로 은행의 지배구조가 크게 개선되고 경영의 책임성과 효율성이 크게 제고되기를 기대한다. 물론 사외이사 제도가 경영진 견제라는 제 기능을 수행하려면 은행 스스로 사외이사 제도의 순기능을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책임경영을 이루기 위한 사외이사 제도의 견제와 균형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마지못해 받아들인다면 '무늬만' 사외이사제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 강남의 귤을 강북에 옮겨심으면 탱자가 된다고 한다. 환경이 다르면 좋은 제도를 도입해도 의외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견제·균형속 책임경영 이루길 하지만 이번에 제정된 '사외이사 모범규준'은 은행권의 자율협약이며 사외이사의 독립성ㆍ전문성을 강화해 경영의 건전성과 투명성을 높이려는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만큼 업계 스스로 새로운 경영 환경을 조성,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지배구조 개선은 주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며 지배구조가 개선된 회사의 주식만 골라 사는 펀드들도 많다. 유감스럽게도 최근의 사외이사 제도 개선방안은 글로벌 기준이 아니라 관치금융과 연계돼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사외이사 제도 개선의 필요성이 처음부터 글로벌 기준과 함께 논의되지 못하고 KB금융지주 회장 선임과정에서 불거졌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관치금융이라는 오해를 불식하고 사외이사 제도를 정착시켜나가는 것이야말로 금융감독 당국의 중요한 책임이며 과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