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검찰 '판도라 상자' 여나

이학수 삼성부회장 9일 소환…X파일 수사여부 관심

검찰이 이학수 삼성그룹 부회장을 오는 9일 피고발인 자격으로 소환 조사하기로 전격 결정함에 따라 X파일 테이프 내용을 본격 수사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74개 도청 테이프는 ‘판도라의 상자’로 비유될 정도로 사회 전반을 뒤흔들 메가톤급 범죄혐의들이 들어 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검찰은 내용 수사에 대해 법리 검토의 필요성 등을 이유로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은 채 신중한 입장을 유지해왔다. 특히 정치권 등에서 별도의 조사기구를 두는 것을 골자로 하는 특별법과 특검수사로 하자는 특검법안 논의가 무성한 상황이어서 검찰이 앞장서서 ‘총대’를 메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돼왔다. 검찰 내부에서도 ‘파일 수사 필패론’, 즉 내용 수사를 하더라도 시효가 지난데다 별도의 증거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도청대상이던 인사들이 테이프 발언 내용을 전면 부인하면 처벌이 불가능해 수사가 반드시 실패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했다. 그러나 검찰이 이 부회장을 삼성 불법자금의 피고발인 자격으로 소환함에 따라 일단 지난 97년 대선 때 삼성의 정치자금과 기아차 인수로비 의혹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검찰 안팎에서는 이 같은 삼성의혹 수사 개시가 X파일 테이프 내용 전반에 대한 수사로 확대될지는 아직은 속단하기 힘들다는 신중한 입장이 대세다. 검찰의 한 핵심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공개된 테이프와 관련해 고발됐기 때문에 부른 것일 뿐 다른 이유는 없다”며 “나머지 테이프 내용도 수사할지는 정치권의 논의와 법리 검토 등 해결해야 할 게 많아 현재로서는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렇지만 이번 국정원 진상조사 발표에서 드러났듯 김영삼 정부는 물론 김대중 정부까지 근 10년 동안 광범위한 도청이 이뤄졌다는 엄청난 사실이 새로 드러난데다 정치권에서 테이프 공개 여론이 거세지고 있어 수사 불가피론이 점차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또 참여연대의 고발로 이 부회장의 소환이 이뤄지는 것처럼 274개 테이프 내용이 공개된 뒤 불법행위에 대해 고소ㆍ고발이 이뤄질 경우 삼성의 불법자금 수사와 형평성 때문이라도 검찰에서 수사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