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물가상승률, 성장률 추월 우려

재정부, 올물가·성장률 4%대 예상…반기기준으론 뛰어넘을듯<br>경제 상황 악화·정부 정책 실패땐 현실화<br>하반기 경기 5년만에 최대폭 둔화 전망도



경기둔화가 본격화한 반면 물가는 고공행진을 거듭하면서 물가 상승률이 성장률을 추월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올 하반기만 놓고 보면 물가 상승률이 성장률 수치를 뛰어넘는 최악의 상황이 올 가능성이 높다. 2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7월 발표할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에서 올해 물가목표치에 대해 지난 3월 제시했던 3.3%보다 훨씬 높은 4% 초반대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미 상반기 물가가 4%를 넘어섰고 국제유가 급등세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최근 수입물가 상승추세도 만만찮아 어쩔 수 없이 4%대 목표치를 잡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당초 제시한 6% 전후에서 대폭 후퇴한 4%대 후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물가와 성장률 목표치가 모두 4%대로 정해질 것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이 같은 수치도 어디까지나 목표치다. 고유가 등 경제상황이 악화되거나 정부 경제정책이 실패할 경우 물가 상승률은 더 높아지는 반면 성장률은 더 낮아질 수 있다. 이미 국제통화기금(IMF)은 24일 한국 정부와 가진 연례협의에서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보다 0.1%포인트 낮은 4.1%로 제시했다. 일부에서는 미국 경제 침체 가능성, 고유가 지속 등 대외환경이 악화되는데다 국론분열로 정부의 추진력이 약화되고 있어 4%대 초반도 어렵다는 우려까지 나오는 형편이다. 이 경우 성장률이 물가 상승률에도 못 미칠 수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성장률 수치를 뛰어넘은 것은 환란 이후에는 카드채 문제로 경제난을 겪었던 2003년뿐이다. 당시 소비자물가는 환율 문제까지 겹쳐 전년 대비 3.5% 오른 반면 성장률은 3.1%에 그쳤다. 어쨌든 반기 기준으로는 물가 상승률이 성장률을 뛰어넘는 게 불가피한 실정이다. 올해 하반기 경기가 2003년 카드사태 이후 5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둔화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하반기 성장률이 3.8%로 상반기(5.5%)보다 1.7%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으며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4%포인트(5.2%→3.8%), LG경제연구원은 1.3%포인트(5.3%→4.0%)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IMF는 상반기 5.2%에서 하반기 3.1%로 2.1%포인트나 급락할 것으로 분석했다. 반면 올 1~5월 물가 상승률은 4.0%에 이른다. 더구나 지금 추세라면 하반기 물가 상승률이 상반기보다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강만수 재정부 장관도 이날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 뱅커스클럽에서 열린 주요 연구기관장 초청 2008년 하반기 경제운용방향 간담회에서 “이달 물가가 5월(4.9%)보다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강 장관은 이날 간담회에서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비용 측면에서 구조적이고 미시적인 대책을 강구하고 수요 측면에서는 다양한 유동성 관리방안을 고안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시중 유동성이 최근 팽창하는 원인 중 하나는 금융기관들이 밀어내기식 대출경쟁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금융위원회 차원에서 대책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금융위의 한 관계자는 “금리를 그대로 두고 추경예산을 추진하는 등 금리와 재정은 유동성 확대정책을 쓰고 있는데 대출을 규제한다고 그런 문제가 해결되겠느냐”고 반문해 물가를 자극하는 유동성 폭증에 대한 정부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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