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나의 일 나의 인생/나춘호 예림당회장] 41.신입사원의 평가기준

오래 전 어느 사립학교에 근무하는 작가를 만나러 간 일이 있는데 학교 담장 안에 건물이 많아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했다. 마침 정원에서 허술한 차림으로 풀을 뽑고 있는 사람에게 물었더니 하던 일을 멈추고 직접 친절하게 안내해 주는 것이었다. 당연히 기분이 유쾌했는데 작가를 만나고 나올 때는 깜짝 놀랐다. 작가는 교장 선생님과 인사를 나누라고 소개를 시켜 줬는데 그는 다름 아닌 풀을 뽑던 사람이었다. 순간, 학교 허드렛일을 하는 사람이겠거니 하고 방향을 묻던 나의 말이 불손하지는 않았는지 마음이 쓰였다. 더불어 실제 학교에서 잡무를 처리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렇게 친절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회사의 경영자라면 대부분 교장 선생님이 학교 울타리 안에 쏟아 붇는 애정 같은 마음을 갖고 있다. 그리고 모든 직원들이 내 일처럼 열심히 노력해 주기를 바란다. 그러나 서로의 입장과 위치가 다르다 보니 모든 직원들이 경영자의 마음과 같이 해준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런 점에서 나는 복 받은 편이 아닐까 싶다. 때로 속쓰리게 했던 직원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우리 직원들의 성실성만큼은 언제나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얼마 전 어느 지면에선가 읽었는데 신입사원 면접장에서 벌어진 일이다. 모두 `일정 공간`을 거친 후 면접관 앞에 서게 했는데 면접관들은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고도 입사 여부가 결정 되었는데 선정기준을 들어보니 그럴듯했다. 그 `일정공간`이 문제였던 것이다. 반드시 거치게 되는 바닥에 무언가를 떨어뜨려 놓은 후 어떤 행동을 보이는지 체크한 것이다.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인물은 물건을 주은 후 버릴 것이라면 제대로 버리고, 필요한 것이라면 적절한 장소에 두는 것이었다. 만일 자신의 집이라면 당연히 그렇게 했을 것이다. 그러나 면접시험을 보러 온 대부분은 그냥 지나쳤다. 학력이 아무리 좋고 필기시험이 우수해도 그럴 경우 불합격이었다.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 동안 신규 직원을 채용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면접했다. 면접할 때마다 내가 꼭 물어보는 말은 “직장생활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까?”라는 질문이다. 그러면 대부분 `업무능력`이라고 대답한다. 물론 중요한 지적이다. 그러나 이것은 내가 기대한 답은 아니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동료들과의 융화, 즉 화목이다. 한 핏줄이 모여 사는 가정에서조차 화목을 가훈으로 삼고 이해와 배려정신을 강조하는데 문화와 환경이 다른 사람들이 모여서 하나의 목표를 추구해야 하는 직장에서는 동료간 융화야말로 어떠한 일도 쉽게 극복하게 만들고, 성과 역시 1+1=2가 아닌 무한대로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을 뽑을 때면 나는 단점보다는 장점을 보기 위해 애쓴다. 집안 형편이 넉넉해서 아쉬움 없이 성장한 사람이라면 넉넉한 마음으로 일을 잘 하겠다는 생각을, 가난해서 어렵게 성장했다면 생활력이 강하고 삶의 의욕이 넘쳐 어떤 힘든 일이 있어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믿는다. 또 경제적인 여건이 안돼 남들보다 배움이 적은 경우라면 공부를 많이 한 사람보다 뒤지지 않기 위해 몇 배 더 열심히 노력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내가 좀 기피하는 타입이 있다면 능력도 있고 경력은 좋은데 한 직장에서 오래 근무하지 못하고 이곳 저곳 옮겨 다니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은 입사한들 역시 오래 가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 때문이다. 예림당 직원들은 종종 다른 출판사로부터 스카우트의 대상이 된다. 업무능력과 성실성을 출판업계에서 인정해 주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생각 같아서는 그들에게 업계 최고의 급여를 주고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해 미안하다. 하지만 힘이 닿는 한 직원들에게 즐거운 마음으로 신나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그 즐거움 속에서 회사를 신뢰, 직원들에게 미래를 확신할 수 있는 비전을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늘 가슴에 새기고 있다. <포항=김태일기자 ti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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