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파동…중국 반격 시작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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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파동 중국내 현지업계 반응
"아무래도 중국측의 반격이 시도되는 것같다."
상하이(上海) 지역에 한국산 농산물을 수입, 판매하는 한 관계자는 1일 중국당국이 '한국산 김치에서 기생충알이 검출됐다'는 발표를 접하자 근심어린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한국내에서 중국산 김치에 대한 안전문제가 대대적으로 거론되면서 최근 중국내분위기가 심삼치 않았는데 결국 일이 벌어질 것같다는 게 이 관계자의 생각이다.
중국 당국 발표내용의 신뢰성 등이 정확히 가려져야 하지만 우선적으로 다가오는 느낌은 '맞불공세'라는게 현지 업계의 반응이다.
무엇보다도 중국 국가질량감독.검험.검역총국(질검총국)이 밝힌 내용이 한국당국의 조치와 '비슷한 무게'를 지니고 있다. 질검총국은 한국산 김치와 고추장, 불고기양념장 등 10개 품목에서 기생충 알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우연의 일치인지 몰라도 이는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청의 발표와 흡사하다. 식약청은 지난 21일 시중 유통되는 김치에 대한 안전성 검사 결과, 9개 중국산 제품에서기생충알이 검출됐다고 밝혔었다.
또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기생충알'이 문제가 된 것도 업계 관계자들이 주목하는 점이다.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에서 김치를 생산.판매하는 한 기업인은 "중국산 김치에서 기생충알이 발견됐다는 발표에 대해 중국 당국이 특히 감정이 상한 것 같다"면서 "같은 품목을 정밀 조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중국의 움직임이 이번 발표로 끝날 것인지이다. 물론 이번 발표에 해당된 한국업체들은 "중국에 반입되지 않는 제품을 문제삼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며 의아해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반응과는 별개로 중국측이 '일련의 시나리오'를 갖고 한국측에 반격을 가할 경우 사태는 또다른 국면으로 전개된다. 한중 양국간 '통상마찰'로 비화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얘기다.
특히 한국측에서 중국산 김치에서 납성분 검출에 이어 기생충 알까지 나왔다는발표가 있자 중국측은 최근 중국 내에서 시판되는 땀냄새 제거용 화장품 데오드란트제품에 대한 환경호르몬 검출 자료를 요청, 한국 식약청이 관련 자료를 보내줬다.
중국은 자료를 요청하면서 지난 8월 국내의 한 시민단체가 데오드란트 제품 6종에서 디부틸프탈레이트(DBP) 등 프탈레이트 3종류가 검출됐다는 발표를 거론했다.
정확한 중국의 의도가 확인되지 않았지만 중국에 진출한 국내 화장품업계는 "김치때문에 화장품이 당하는게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특히 과거에도 유사한 일이 있었기 때문에 업계의 긴장감이 더하고 있다.
한국 마늘생산 농가의 압력 속에 지난 2000년 6월 한국정부가 중국산 마늘에 대한 관세율을 30%에서 315%로 한꺼번에 올린 직후 중국이 한국산 휴대전화 수입 제한조치를 취했다.
이른바 '마늘파동'을 경험한 한 관계자는 "구체적인 내용을 말하지 않지만 중국은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면서도 반드시 대응하는 스타일"이라면서 "현지 관행을 감안할 때 김치로 인해 다른 한국산 제품이 피해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 당시 중국정부는 마늘과 휴대폰의 연관을 직접 언급한 적이 없다. 그러나 중국통들은 "그런 것이 바로 중국"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지난 여름 한국 주당들을 놀라게한 중국 맥주 파동도 비슷한 예이다. 당시 한국측은 중국 맥주에 포름알데히드가 검출될 우려가 있다고 발표했다가 보름 만에 전혀 문제없다고 밝혔다.
중국산 장어에 말라카이트 그린이 검출됐다는 발표도 이후 한국산 향어.송어에서도 말라카이트 그린이 검출돼 '우스운 꼴'만 연출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중국의 감정이 누적됐을 가능성은 충분히 생각할 수 있다.
결국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 한국과 중국간 통상관계를 전체적으로 조망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이번에 문제가 된 김치의 경우 상황이가장 안좋다고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농수산물유통공사 상하이지부 관계자는 "김치의 경우 사실상 한국인이 경영하는중국내 공장에서 생산된 것을 결국 한국인들이 먹는다는 점을 감안할 때 다른 사례와는 다른 특성이 있다"면서 "중국산 먹거리의 안전문제를 제기하는 순수성은 이해하지만 품목선정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특히 이달중 부산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중국의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참석하는 상황에서 '중국산 김치' 문제가 부각된점이 부담스럽다고 덧붙였다. 자칫 국가지도자들이 개입하는 외교적 사안으로 비화될까 걱정스럽다는 것이다.
코트라 중국지역본부 관계자는 "중국은 이제 미국을 제치고 한국의 최대교역국으로 부상한 나라라는 인식이 아직 확산되지 않은 것같다"면서 "식품안전 문제를 제기하더라도 현명하고 신중한 태도를 견지해야 하며, 특히 중국과의 관계를 충분히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하이=연합뉴스) 이우탁 특파원
입력시간 : 2005/11/01 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