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1월10일] 스핀들톱 유전

[오늘의 경제소사/1월10일] 스핀들톱 유전 권홍우 편집위원 “아무래도 여긴 아닌 것 같아”. 포기하려는 순간, 폭발이 일어났다. 시추용 파이프가 줄줄이 튀어 나온 후 수백 미터 높이까지 솟구친 갈색 액체는 검은 비로 변해 대지를 적셨다. 1901년 1월10일 오전 10시30분, 미국 텍사스주 스핀들탑에서 일어난 일이다. 석유메이저 텍사코의 출발점. 스핀들탑의 검은 분수는 6㎞떨어진 버몬트시에서도 목격할 수 있을 만큼 거대했다. 9일후 분출이 멎었을 때 검은 호수가 새로 생겨났다. 직전까지 ‘사상 최대’로 불리던 러시아 바쿠 유전이 하루 4,000배럴을 뽑던 시절, 스핀들탑은 시간당 5,000 배럴을 쏟아냈다. 한동안 전세계 석유생산의 절반 이상이 스핀들탑에서 나왔다. 검은 황금은 사람들을 끌어들였다. 투기도 뒤따랐다. 150달러에 팔려고 밭뙈기를 내놓은 후 3년을 기다렸던 한 농부는 영문도 모르고 2만 달러를 거머줬다. 15분후 다른 사람이 나서 그 밭을 5만 달러에 사갔다. 텍사스는 번영 가도에 들어섰다. 전구의 발명으로 램프용 등유 수요가 줄어 석유가격이 배럴당 20센트대로 주저앉은 마당에 유전 개발은 석유상인의 손실만 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완벽하게 빗나갔다. 석유는 기관차와 기선, 발전용 원료에서 석탄을 밀어냈다. 대중화하기 시작한 포드자동차도 수요를 한껏 끌어올렸다. 석유산업은 단순 정제에서 벗어나 석유화학으로 분야를 넓혀갔다. 스핀들탑의 분출은 ‘대량생산-대량소비’로 상징되는 20세기의 개막 신호탄이었던 셈이다. 스핀들탑은 1951년 유전으로서 기능을 잃고 유황탄전으로 변신했지만 석유를 향한 인간의 탐욕은 여전하다. 스핀들탑보다 수십배짜리 초대형 유전이 즐비해도 유가는 배럴당 60달러선에 이르고 석유쟁탈전도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입력시간 : 2006/01/09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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