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월요초대석] 박광태 제2정책조정위원장

대 담: 黃仁善 정경부차장 국민회의 박광태(朴光泰) 제2정책조정위원장은 18일 『재벌그룹의 대규모 사업교환(빅딜)이 이뤄지더라도 공급과잉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면서 『설비폐기 카르텔 제도 도입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朴위원장은 과잉설비 해소방안으로 정부가 주도적으로 각 재벌기업들에게 설비폐기를 유도하면서 폐기 규모를 할당하거나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朴위원장은 은행의 주인 찾아주기와 관련, 『현 단계에서 재벌의 은행소유를 허용해선 안된다』며 『금융만 전업(專業)으로 하는 기업집단에 은행소유를 허용하면 책임경영을 달성하면서도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지배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집권당 차원의 경제회생 방안 마련과 정권교체후 첫 국정감사 준비에 열중하고있는 朴위원장을 만나 국내 경제 전반에 대한 입장을 들어봤다. -제2의 외환위기를 예방하려면 무엇보다 수출과 무역수지 흑자를 확대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당정 차원에서 어떤 수출진흥 대책을 모색하고 있습니까. ▲무역흑자가 계속되고 있지만 수입격감에 따른 것인 데다 설비투자가 부진해 2~3년뒤 다시 무역적자로 반전할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당에서는 국민의 정부 원년부터 무역수지 흑자를 10년이상 지속, 1,500억달러 이상의 외채를 완전히 상환하고 대외적으로 순채권국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정책 역량을 총집중할 계획입니다. 구체적으로는 무역수지 흑자기조 정착을 위해 산업·무역·기술·자원·재정·금융정책간의 네트워크 효과를 극대화하는 산업정책의 기본틀을 마련, 강력하게 시행하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국내기업들이 고(高)환율 등으로 외국산 부품·소재를 수입하는데 부담을 느끼고 있는 만큼 관련산업의 국산화율을 높이는 데도 힘쓰겠습니다. -실효성 있는 수출·중소기업 지원대책이 나오려면 산업자원부 등 주무부처 간부들이 현장에서 발로 뛰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은데요. ▲좋은 얘기입니다. 관련부처 장관 등 간부들이 산업·수출현장을 발로 뛰면서 각종 애로 해소방안을 마련하고, 국내외 시장개척에 앞장서야 합니다. 이런 일을 예산과 인력난에 시달리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등에 맡긴 채 뒷짐을 져선 해결이 안됩니다. 회의는 밤에 하고 낮에는 현장을 뛰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조직과 인사체제도 바꿔 국내외 산업·무역현장에서 실적을 올린 공무원에게 인센티브를 줘야 합니다. 조금만 도와주면 우량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B급 중소기업」을 적극 육성하고, 신용대출이 가능하도록 중소기업 지원제도도 개선해야 합니다. -재벌그룹간 대규모 사업교환(빅딜)이 지지부진한 것은 해당 그룹의 채권단이 재벌 구조조정을 주도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5대 재벌의 구조조정을 촉진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있습니까. ▲빅딜의 취지는 업종전문화로 5대 재벌당 3~4개의 주력업종을 선정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자는 것입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디플레이션 현상이 심화되면서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보호무역주의 경향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경쟁력이 있는 철강, 석유화학, 반도체, 조선 등의 산업이 중복·과잉투자로 인한 공급과잉을 해소하지 못하고 경쟁적으로 출혈·덤핑수출을 강행한다면 선진국으로부터 반덤핑제소 등의 보복을 당해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것이 불을 보듯 뻔합니다. 따라서 5대 재벌은 이 부문에 대해 과감한 빅딜로 업종전문화를 추진해야 합니다. 그러나 과감한 빅딜이 이뤄지더라도 공급과잉 문제는 여전히 남습니다. 빅딜과 아울러 「설비폐기 카르텔」을 추진해야 합니다. 재벌기업들이 스스로 과잉설비를 폐기하려 하지 않기 때문에 정부가 주도적으로 설비폐기 할당을 하거나 기업간 설비폐기를 유도하면서 보조금을 줄 수 있습니다. -재정경제부는 은행의 주인 찾아주기를 통해 책임경영을 정착시킬 계획이며 국민회의도 찬성하는 입장입니다.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지배, 계열사에 대한 불법·변칙여신을 막기 위해 어떤 대책을 강구하고 있나요. ▲은행에 주인을 찾아주어 경영의 효율성을 높여야 하지만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을 지배하는 것까지 허용하는, 다시 말해 재벌의 은행소유를 허용하는 데까지 가면 안됩니다. 5대 재벌에 의한 경제력 집중이 심화된 상태에서 재벌이 은행까지 소유하면 부작용과 시스템 리스크가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재벌들이 계열 제2금융기관을 사금고화해 문어발식 확장을 일삼고 결국 금융기관을 부실화한 경우가 너무 많았습니다. 재경부가 이러한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여려 규제장치를 마련한다고는 하지만 우리 재벌들은 규제를 피하는데 천재적인 능력을 지닌 집단입니다. 우리 실정에서 은행의 주인을 찾아주어 책임경영을 달성하면서도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지배에 따른 부작용을 방지하려면 금융전업(專業)그룹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봅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금융만 전업으로 하는 기업집단이 몇몇 존재합니다. 금융전업그룹이 은행을 소유하도록 하면 은행 주인 찾아주기의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권은 내년 상반기중 경기가 바닥을 칠 경우 본격적인 경기회복을 위해 어떤 부양책을 펼 계획인가요. ▲성장잠재력 견지를 위한 경기부양은 불가피하고 이미 시행하고 있는 부문도 있습니다. 세계적으로도 디플레이션 현상이 심화되면서 선진국간 금리인하와 경기부양에 대한 정책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고요. 하지만 감세(減稅)와 같은 조세정책을 통한 내수진작은 효과가 의심스럽습니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소득감소폭 이상으로 소비가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소득이 증가한다고 그만큼 소비가 늘지는 않을 것입니다. 직접적인 재정지출 확대없이 통화공급만 확대하는 것도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기관이 정상화되지 않고 신용경색이 심화된 상태에서는 통화공급을 확대해 보았자 민간에 자금이 공급되지 않아 민간투자나 소비를 자극하지 못할 것입니다. 따라서 재정지출 확대를 통해 정부가 직접 수요를 자극하고 재정지출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공적 자금을 신속하게 투입해 금융기관을 하루 빨리 정상화시키는 것이 필요합니다. 정부도 이런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할 것입니다. -통합금융감독원 출범을 앞두고 금융감독위원회·재경부와의 관계 재정립, 인적 구성 등을 둘러싼 논란이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또 관련협회의 자율규제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은데 당의 입장은. ▲현행 금융감독 행정체계는 과도기적인 것입니다. 현재 법령을 비롯한 일반 금융산업정책은 재경부가 맡고, 감독정책 등은 금감위가 하는 것으로 돼있지만, 금융산업정책과 감독정책은 동전의 앞뒤와 같습니다. 따라서 경쟁력 있는 금융산업으로 발전해 나가기 위해서는 이를 관장하는 행정기관도 바람직한 방향으로 구조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취지에 맞춰 조속한 시일내에 금융산업정책도 강력한 추진체계를 갖추는 것이 시급합니다. 그리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향하는 국민정부 입장에서 협회의 자율기능은 강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원화된 사회에서는 감독기관의 감독기능 이외에도 협회 등을 통한 자율규제기능이 더욱 절실하기 때문입니다. -국민회의는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중 취락지구와 개발실익이 없는 임야를 그린벨트에서 풀어주는 방안 등을 검토중인 것으로 압니다. 개선방안을 언제 발표하고, 계속 그린벨트로 묶일 토지소유자에게 어떻게 보상할 방침인가요. ▲개발제한구역 조정문제에 대해서는 당에서나 건설교통부나 정책기획단 내지 제도개선협의회를 구성, 개선안 마련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실태조사를 통해 가능하면 10월, 늦어도 11월까지는 구체적인 시안을 마련해 공청회도 갖고 해서 금년내로 해제기준 등 개선방안을 확정 발표하겠습니다. 그러나 개발제한구역내 토지소유자가 자기 땅의 해제 여부를 알 수 있으려면 현재 실시중인 환경영향평가가 끝나는 내년 6월 이후까지 기다려야 할 것입니다. -국민회의는 경제청문회에서 15개 안팎의 이슈를 정해 당시 여권의 실정을 부각시키고 개혁의 방향과 당위성을 홍보할 계획인데 구체적으로 어떤 전략을 갖고 있나요. ▲과거 정부 여당의 실정을 단죄하는 차원이 아니라 과거의 잘못된 점을 명명백백하게 밝혀내고 그 원인을 찾아내 미래를 향한 비전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것이 청문회의 가장 큰 목적입니다. 따라서 쟁점마다 철저하게 인과관계를 분석하고, 핵심되는 증인만 채택함으로써 정쟁으로 흐르지 않고 문제점을 실질적으로 밝혀낼 수 있도록 운영해갈 것입니다. -국민회의는 지방자치를 활성화하기 위해 지방교부세율을 올리고 국세와 지방세의 세목을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아는데. ▲먼저 국세와 지방세 세목을 합리적으로 조정할 것입니다. 국세중 지방이양이 가능한 세목을 지방소득세나 지방소비세로 이양하고, 전국적 통일을 요하거나 징수부과액이 미미한 세목은 국세로 전환함으로써 지방재정의 확충과 자치단체간 불균형을 시정할 것입니다. 또 지방교부세법을 개정, 법정교부율을 점차 17% 수준으로 올리고 장기적으로 19% 수준으로 향상시키겠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계좌추적권을 부여하는 방안에 대해 한나라당과 공동여당인 자민련이 금융실명제의 취지에 어긋난다며 반대하고 있는데 어떻게 풀어갈 계획인가요. ▲공정위가 계좌추적권을 가지면 기업들의 불법적인 내부거래를 차단, 공정경쟁의 원칙을 확립해 우리 경제의 원천적인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습니다. 다만, 공정위에 포괄적인 계좌추적권을 부여할 경우 경영활동 및 자금흐름에 대한 지나친 압박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기 때문에 계좌추적권은 기업들의 부당내부거래 조사시로 국한할 것입니다. 금융거래에 대한 비밀유지라는 금융실명법의 취지는 불법적인 금융거래까지 보호해주어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정권교체후 첫 국정감사에서 중점을 두는 분야는. ▲지난 정권이 초래한 경제위기의 원인조사, 구조조정과 경기회복을 위한 현 정부의 정책집행 효율성 및 개혁 추진실태 점검, 각종 비리와 예산의 효율적 집행여부 등에 대한 조사에 초점을 맞출 예정입니다. 실업대책, 폭우로 인한 재해복구대책, 경기회복을 위한 산업·수출·중소기업 지원정책 등이 효율적으로 집행되고 있는가를 구체적으로 살펴서 제대로 추진되도록 하겠습니다. 경부고속철도, 인천신국제공항, 각종 댐 건설사업 등 국책사업의 부실문제와 농어촌구조개선사업 등 농어촌투자사업의 낭비문제 등 예산낭비에 대해 집중적인 감사가 필요합니다. 【정리=임웅재 기자, 사진=신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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