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폐지값 폭락후 신문지 수거 노인 급감… '쓸쓸한 인생'

그 많던 지하철의 노인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br>"노인 인프라 부족 현실 반증… 대책 고민해야"


직장인들의 출근시간에 맞춰 전동차 안을 돌며 신문을 수거해가는 노인들이 사라졌다. 지난 2002년 지하철에 국내 최초로 무료신문이 등장한 후 신문 수거 노인들의 수도 꾸준히 증가했으나 최근 들어 급감하고 있다. 20일 서울메트로(1~4호선)와 서울도시철도공사(5~8호선)에 따르면 매달 평균 3건 이상 접수되던 관련 민원이 최근에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서울메트로의 한 관계자는 "예년 같으면 연평균 30건 정도에 달했던 승객들의 불편 민원이 2008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동안 지하철공사의 단속활동과 인증제 도입 등 각종 대책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줄지 않았던 이들의 수가 갑자기 줄어든 이유는 뭘까. 가장 큰 이유는 2008년 하반기에 시작된 폐지가격 폭락이다. 서울메트로의 한 관계자는 "신문 수거 노인들의 수가 크게 줄어든 시점이 폐지가격 폭락 시점과 같다"고 말했다. 폐신문지 가격이 떨어지면서 수입이 줄게 된 노인들이 자연스럽게 지하철을 떠났다는 설명이다. 실제 2008년 9월 기준 ㎏당 260원대를 기록했던 폐신문지 가격은 이후 경기침체에 따른 폐지수요 감소로 70원대까지 떨어졌다. 폐지 압축업체인 H사이클링의 한 관계자는 "폐신문지 가격이 2008년 10월 초에 180원대로 떨어진 후 급강하했다"면서 "11월 말에는 70원대까지 추락했고 이듬해 1월 초까지 그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고 전했다. 폐신문지 가격이 2006년의 90원대를 시작으로 계속 상승세를 그려왔던 점을 감안하면 당시 가격폭락이 지하철 신문 수거 노인들을 대거 이탈하게 만든 요인이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지하철 2호선 전동차 안에서 요즘도 신문을 수거하는 백모(71)씨는 "예전에는 고물상에 팔면 하루벌이 정도는 돼 너나 할 거 없이 달려들었다"면서 "(가격이 떨어져) 지금은 많이 나가버렸다"고 말했다. 지하철공사의 지속적인 캠페인 활동도 효과를 거뒀다.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는 노인들의 신문수거 과정에서 불편 관련 민원이 급증하자 2008년 하반기부터 지하철 선반에 안내문구 부착, 신문 수거함 비치, 안내방송 시행 등 지속적인 캠페인을 벌여왔다. 서울도시철도공사의 한 관계자는 "캠페인 활동과 신문 수거 노인의 감소관계를 계량적으로 나타낼 수는 없지만 효과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면서 "다 본 신문을 지하철 역사 내에 비치된 수거함에 버리는 승객이 늘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많던 신문 수거 노인들이 어디로 사라졌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지하철 1호선에서 만난 김모(68)씨는 "소일거리 삼아 하려는 것인데 지하철 쪽 사람들은 잡상인 취급하고 일반 시민들의 시선도 너무 따갑다"면서 "폐지가격이 떨어진 것도 있지만 그런 게 싫어 그만 둔 사람들도 많다"고 전했다. 양정빈 남서울대 노인복지학과 교수는 "지하철로 노인들이 몰려든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의 노인 복지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반증"이라면서"노동시장에 진입하지 못한 그들이 즉각적인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그곳에 갈 수밖에 없었던 현실에 대해 우리 사회가 깊은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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