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韓·中·日 바둑 영웅전] 검토실에서 있었던 해프닝

제6보(57∼67)



이세돌의 흑57은 패도 안 내주고 그냥 다 잡겠다는 수였다. 그러나 그의 수읽기에는 결정적인 착오가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의 이 탐욕적인 착상은 백대마가 패도 안 내고 그냥 사는 결과를 낳게 되고 만다. 역시 이 수로는 65의 자리에 가만히 잇는 것이 최선이었다. 백은 패를 내는 수밖에 없었다. 얼핏 보기에는 백대마가 잡힌 것처럼도 보인다. 백이 참고도1의 백1 이하 11로 둔다면 흑12로 점잖게 뛰어서 이 수상전은 흑승이다. 그러나 백은 이렇게 두어 주지 않았다. 창하오는 이미 수읽기의 저끝을 보아놓고 있었다. 거침없이 백58과 백60을 선수로 두어치웠다. 사실 백58은 검토실에서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수순이었다. 자충이 되므로 백이 스스로 제 명줄을 끊는 수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흑63이 놓였을 때 검토실에 들어와 있던 한 고참 7단(사정상 이름은 밝히지 않는다)이 비명 같은 소리를 질렀다. "창하오가 묘수를 보고 있었어! 기막힌 묘수가 있었어." 그가 판 위에 놓아보인 것은 참고도2의 백1 이하 11이었다. 이렇게만 된다면 물론 백의 대성공이다. 그러나 이 코스는 흑도 달리 두는 방법이 많아서 다소 문제가 있다는 결론이 나중에 나왔다. 고참 7단의 호들갑은 잠깐 동안의 해프닝으로 끝났다. 창하오는 쉽고도 확실한 길을 이미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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