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주요 4대 시중은행의 원화예금이 원화대출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은행들이 대출자금 부족으로 고금리 차입에 의존해온 고질적인 문제를 벗어나게 돼 하반기 경영건전성에 청신호가 예고됐다. 다만 이는 은행의 자구노력보다는 시중 부동자금 확대와 기업대출 수요 감소에 따른 반사적 현상이어서 앞으로 경기가 회복된 후에 은행들의 과열 대출경쟁이 재연될 경우 예대율 악화가 다시 초래할 우려는 남아 있다. 2일 국민ㆍ우리ㆍ신한ㆍ하나은행 등 주요 4대 시중은행에 따르면 이들 은행의 원화 기준 예대율(예금 대비 대출의 비율)은 7월 모두 100% 밑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은행의 경우 7월1일 기준으로 예대율이 90%선으로, 신한은행은 7월 말 기준으로 100% 밑으로 떨어진 것으로 추계됐다. 국민은행도 6월 말 102%였던 예대율이 7월에는 100%를 밑돌았다. 하나은행은 상시적으로 예대율을 90%선으로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일반은행들의 예대율도 4~5년 만에 100% 밑으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일반은행들의 예대율(양도성예금증서 제외)은 2000년 말 76.8% 수준에서 대출 과열경쟁의 여파로 2004년 말에는 104.6%를 기록했고 지난해 말에는 139.4%까지 뛰어올랐다. 이런 가운데 금융위기가 본격화하면서 은행들은 '대출 자산의 부실화→자금경색→고금리 차입 의존 →경영건전성 악화'라는 악순환에 빠졌다. 신한은행의 한 관계자는 "7월 들어서도 예금수신이 계속 늘면서 예대율이 추세적으로 더 떨어지고 있다"며 "더구나 3ㆍ4분기부터는 기업 구조조정 및 (외환 관련) 파생금융상품 충당금 적립 요인이 미미한데다 수수료 등 비이자 수입도 한층 늘어날 것으로 보여 은행권 전체의 실적개선이 뚜렷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들 은행의 주요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율(NIM)은 4~6월께 바닥을 치고 상승세로 돌아섰다. 신한은행은 5월 NIM이 1.37%까지 하락했으나 6월에는 1.64%로 반등했다. 하나은행은 NIM이 3월 1.45%, 4월 1.38%로 하락세를 보이다가 5월부터 반등, 6월에는 1.49%를 기록했다. 국민은행은 6월까지 월별 NIM이 하락세를 보였으나 점차 그 폭이 둔화돼 바닥을 친 것으로 분석했다. 우리은행 역시 지난 2ㆍ4분기 말에 NIM이 바닥을 쳤다고 밝혔다. 다만 이 같은 은행들의 경영건전성 개선은 일시적인 현상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 시중은행의 임원은 "예대율 하락은 금융 당국의 건전성 지도를 은행들이 수용한 측면도 있지만 이보다는 경기침체로 대기업 등의 대출 수요가 급감하고 시중 유동성이 단기자금 형태로 부동화해 단기성 통장에 예치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최근 은행의 NIM이 개선된 것은 지난해 상대적으로 고금리 영업을 통해 유치했던 예금들이 3개월에서 1년의 만기가 돌아와 더 낮은 저금리로 리볼빙되면서 상대적으로 은행들의 비용 부담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또 최근의 은행 수신 확대가 주로 단기예치금 증가에 기인한 것이어서 오히려 자금시장 불안이 커질 수도 있다. 실제로 은행권에 따르면 2ㆍ4분기 중 14조6,000억원이 단기성 자금인 수시입출금식예금(MMDA)에 집중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