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11월 1일] 영자지 통해 한국 알리자

이명박 대통령은 8ㆍ15 경축사에서 천명했듯이 한국의 국가 브랜드 가치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리기 위해 대통령 직속 ‘국가브랜드위원회’를 내년 초 출범시킨다고 지난 10월15일 밝혔다. 이 기구가 한국의 인지도 제고, 국가 마케팅과 해외 홍보, 문화 기반조성, 주요 도시의 경쟁력 제고 같은 과제들을 체계적으로 추진해 간다면 큰 성과를 거둘 것이다. 더욱이 요즈음 세계 경제ㆍ금융 위기에서 한국 경제상황을 사실보다 심각하게 보도하는 미 월스트리트저널이나 뉴욕타임스 같은 외신들을 접할 때마다 해외 홍보가 국가 브랜드 제고나 심지어 한 국가의 운명과 얼마나 밀접히 연결돼 있는지 절실히 깨닫는다. 외신들이 한국 사정을 폄하할 때마다 정부는 시정이나 정정보도를 요구하며 야단법석을 떨 것이 아니라 사전에 우리 실정을 있는 대로 정확히 알리는 치밀한 홍보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따라서 ‘국가브랜드위원회’가 말잔치로 끝나서는 안 된다. 이 대통령은 누구나 고등학교만 나오면 영어로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도록 영어 공교육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이를 위해 몰입식 영어교육이 가능한 교사를 매년 3,000명 이상 양성하는 ‘영어교사 자격인정제’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현재 일부 교육청이 교사의 영어 구술능력을 끌어올리려고 지역별 ‘영어교사 교육센터’나 ‘영어능력 인증제’를 도입해 노력하고 있음은 매우 고무적이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교원 양성단계에서부터 기본적 의사소통법과 영어사용 기법을 효과적으로 가르칠 교사를 길러내도록 교육과학기술부가 독려해 사범대ㆍ교육대학원의 영어교육과정과 교재를 개편해야 한다. 거의 모든 과목을 영어로 수업해야 함은 물론이다. 이런 준비가 안 된 대학은 영어교사양성 자격이 없다. 선생님들이 영어로 수업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학생들이 영어로 말하기를 기대할 수 있는가. 이런 점들을 심사숙고하지 않고 사범대와 교육대학원 영어전공과정 양산을 인가한 교과부는 책임을 면할 수 없다. 한국의 인지도 제고를 위해서는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우선 지구촌 어디서나 읽을 수 있는 영어로 된 영자지를 통해 해외홍보 전략을 수립함이 그 첫걸음이 될 수 있다. 국내에 몇 가지 영자지가 있지만 국내외에서 판매부수나 영향력은 다른 선진국의 영자지에 비해 미미하다. 따라서 정부는 영자지를 통한 국가 마케팅과 해외홍보에 충분한 재정 지원을 해야 한다. 해외 공신력을 높이려면 정부 주도가 아닌 코리아 타임스 같은 신문을 적극 활용해 볼 만하다. 58년 전통의 제일 오래된 국내 영자지로서 외국인들도 널리 애독하고 있다. 영자지 재정지원과 활성화는 한국 인지도 제고와 더불어 학생과 영어교사는 물론 일반인의 영어 실력 향상에도 엄청난 도움을 줄 것이다. 영어 구술능력의 원천인 읽기와 쓰기는 매일 영자지를 읽고 영어로 생각하며 몸에 익힘으로써 향상된다.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리스닝’이나 ‘회화’ 능력여부가 온갖 경쟁에서 사람을 선택하는 기준이었으나 인터넷이 모든 것을 바꿔 놓았다. e메일이나 블로그가 글쓰기 능력을 전면에 부각시켜 인터넷을 이용한 iBT TOEFL과 뉴(New) TOEIC 같은 시험도 말하기 외에 글쓰기 능력을 측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문제는 코리아 타임스를 읽음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 영어를 읽고 알아듣는 능력에 더해 말하고 쓰는 능력까지 갖추지 않고서는 불꽃 튀는 세계화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영어 공교육 입안자들은 이 점을 반드시 직시해야 한다. 영자지 활용으로 정부는 일거양득 효과를 거두게 된다. 하나는 한국의 인지도 제고이고, 또 하나는 학생들이 영자지 읽기를 생활화함으로써 해외연수에 퍼붓는 천문학적인 달러를 절감하는 것이다. 필자는 5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코리아 타임스를 구독한 덕에 외국인들이 쏟아내는 다양한 글에서 그들의 언어는 물론 가치관과 인생관, 세계관과 믿음체계, 비즈니스 규칙까지도 터득할 수 있었다. 그래서 현재 국제학술단체인 세계커뮤니케이션학회의 고문과 태평양ㆍ아시아 커뮤니케이션학회 회장직을 맡으면서 수많은 외국인들과 교류하고 영어로만 진행하는 많은 국제학술대회의 기조연설을 무난히 수행하고 있다. 영자지 구독이 세계화 시대에 언어ㆍ문화적으로 다변화된 엘리트로 성장하는 데 결정적 도움이 됨을 부모들이 안다면 구태여 그 엄청난 재정부담으로 허리가 휘면서까지 미국ㆍ캐나다ㆍ호주는 물론 동남아와 머나먼 남아프리카공화국, 심지어 세계의 오지인 히말라야 산자락까지 자녀들을 내보내겠는가. 교육풍토가 이처럼 황폐화돼 교육난민이 매년 눈덩이처럼 불고 있는데도 이 정부마저 묵묵부답, 무책으로 일관하고 있을 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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