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개정안 대로라면 대주주에게 지분이 집중된 일부 회사들만 포이즌필(poison pillㆍ신주인수선택권)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도입요건을 주총 보통결의 사항 정도로 완화해야 합니다."
황인학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본부장은 9일 오후 법무부가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국기술센터에서 개최한 '포이즌필 도입을 용이하게 하는 상법 개정안' 공청회에서 "주주총회 특별결의라는 도입요건이 너무 엄격해 대기업들이 포이즌필을 실제 활용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자사주 매입 등 경영권 보호를 위해 사용됐던 자금을 투자 등 생산적인 자금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영권 방어수단 도입은 적극적인 투자환경 조성에 긍정적이지만 현실적으로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포이즌필 도입은 국내 자본시장 개방으로 우량기업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이에 적극 대응할 법적 단초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특히 20% 이상의 지분 취득이나 주식 공개매수 등 적대적 M&A 상황이 벌어지면 이사회 결의만으로도 M&A 세력 등 일부 주주의 인수선택권 행사를 제한하거나 상환조건 등을 차별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진일보한 장치로 분석된다.
김우현 법무부 상사법무과장은 "국내 상장회사들은 적대적 M&A라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64조원어치의 자사주를 보유하면서 경영권을 방어하고 있다"며 "포이즌필이 도입되면 자사주 매입 비용이 감소하면서 투자가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법무부가 포이즌필 도입을 위한 요건으로 주주총회 특별결의라는 엄격한 관문을 거치도록 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외국인 지분이 절반 가까이 되는 대기업들의 경우 '출석주주 3분의2'라는 주총 특별결의 요건을 만족시키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재계의 입장이다.
기대를 모았던 황금주나 초다수결의제 등의 도입이 원천 무산된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황금주는 보유주식 수나 비율에 관계없이 M&A 등 특정한 주주총회 안건에 대해 거부권을 가진 주식을 말하며 초다수결의제는 정관변경이나 이사ㆍ감사의 해임, 회사해산 같은 특별안건에 대해 주총결의 요건보다 더 높은 요건을 정관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황금주는 영국 등에서 공기업 민영화시 정부의 권한유보를 위해 도입했고 일본에서도 합병 등 중요 사항의 결정권한을 보유한 주식 발행이 가능하다. 초다수결의제 역시 미국ㆍ독일ㆍ일본에서 회사 정관으로 결의요건을 가중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