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지표 부진에다 스페인 테러 사건으로 경기 위축 우려감이 높아지면서 유로권이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1일 많은 전문가들이 올해 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 금리(2%)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최근 들어 독일 기업경기실사지수(BSI) 하락 등 경기 부진 사인이 잇달아 나오면서 금리 인하론이 급부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ECB 기준 금리 결정의 최대 변수인 인플레이션이 최근 목표치(2%)에 훨씬 못 미치는 1.6%를 보이고 있는 것도 금리 인하 가능성에 무게를 더해 주고 있다. 경기가 불안한데다 통화 팽창에 따른 인플레 우려가 줄어든 만큼 돈을 풀어 모처럼 살아난 경기 회복세에 마중 물을 부어 줄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은 최근 유로 강세로 기업 경쟁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기업 경기에 대한 자신감이 줄어들고 있다. 실제 독일 ZEW 경제연구소가 지난 16일 발표한 2월 기업신뢰지수는 유로 강세로 인한 수출 타격 우려로 3개월째 하락세를 보였다.
웨스트LB 은행의 존 데이비스 시장 분석가는 “유로 강세로 인해 경제지표가 부진하게 나오면서 금리 인하 관측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발생한 테러 사건도 금리 인하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이다. 지정학적 위험은 안전자산 선호 현상을 부추겨 국채 수익률이 하락(가격 상승)하고, 이는 다시 금리 인하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JP모건의 잔 로이스 시장 전략가는 “ECB가 올해 중반 금리를 1.5%로 인하할 가능성은 40%”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유로권 금리 인하 여부는 당장 3월 미국 고용지표에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 고용 상황이 더욱 악화할 경우 미국 소비 부진에 따른 대미 수출 악화 우려감이 더해지며 유로권의 금리 인하론이 확실한 힘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병관기자 comeo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