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5월 17일] 新인구론

최근 한 유명 대형백화점은 올 여름 서울 청량리에 새로 문을 여는 점포 안에 직장 보육시설을 하나 만들려다가 계획을 수정했다. 보육시설은 1층에 둬야 한다는 법규정에 걸렸기 때문이다. 이 백화점은 지난 3월에도 직장 내 '어린이집 1호'를 소공동 본점 안에 내지 못하고 차로 15분 거리의 한 건물을 빌려 개소했다. 워킹맘들이 자녀들을 맡기고 찾으러 가려면 직장에서 다시 차를 타고 가야 하는 수고로움 때문에 당초 내걸었던 '보육시설 모범직장'기치는 빛이 바랜 셈이다. 물론 아이들 안전이 최우선이다. 미국ㆍ일본 선진국들도 1ㆍ2층에 두도록 권고ㆍ규정하고 있다. 백화점을 비롯한 대한상공회의소 등이 관련부처나 입법부에 직장보육시설 건립규제 완화를 건의했지만 몇 개월 동안 이렇다 할 움직임조차 없는 것도 개정이 쉽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공공 보육시설이 상대적으로 잘 돼 있는 선진국과 동일 선상에서 사안을 바라본다면 문제해결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특히 보육시설 확충이 심각한 저출산에 대한 최소한의 방책이라는 점을 인정한다면 다른 시각으로 접근하는 것이 마땅하다. 고령화 사회는 단순히 미래동력을 상실한다는 의미 이상이다. 일본 경제단체연합회에서는 일본의 경제활동 가능인구 대비 노인 인구비중이 지난 2005년 3.3대1에서 오는 2055년에는 1.3대1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현재 30대 인구가 70대가 되면 사실상 젊은이 한 사람이 노인 한 사람을 부양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현재 속도라면 2018년 고령사회에 진입하는 우리의 사정이 낫다고 볼 수 없다.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 평균 출산율은 1.22명이다. 일본의 1.27명보다 낮다. 막대한 민간투자로 일자리를 늘리고 세입을 획기적으로 늘릴 방안 없이 지금과 같은 출산 기피가 이어진다면 유럽발 재정위기처럼 나라 곳간 걱정하는 날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인구증가가 곧 인류파멸이라고 믿었던 맬서스는 저서 '인구론'에서 빈민굴에 전염병이 잘 퍼지게 만들고 아이들이 병들면 죽게 내버려 두는 극단적 악덕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반대의 상황에 놓인 지금 맬서스의 이론처럼 도를 넘어선 출산장려책은 아니더라도 워킹맘들이 낳고 기르는 데 작은 힘을 보태줄 수 있는 유연한 시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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