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경제 교실] 일반해고 완화 무엇이 쟁점인가?

명확한 해고기준, 노동시장 유연화냐 전 근로자 비정규직화냐


박우성 경희대 경영대학 교수

"경직된 노동시장 문제점은"
저성과자 내보내기 어려운 경우 효율 저하로 기업 전체에 피해
신규채용 줄고 비정규직만 늘어

노동시장 충분히 유연해
명예퇴직·희망퇴직 경우 많아 비정규직 보호로 문제 해결해야


합리적 대안은 무엇인가요
저성과 기준·해고 필수 절차 등 노사정 대화 통해 합의점 도출
편법으로 해고하는 일 막아야


정부가 노동개혁을 추진하면서 근로자들의 해고를 쉽게 만들겠다는 것이 뜨거운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얼핏 들으면 이해가 되지 않는 말이기도 합니다. 해고를 쉽게 하겠다는 것이 어떻게 정책이고 개혁인지 말입니다.


이것을 이해하려면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경직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노동시장이 경직적이라는 말은 채용이나 전환배치·해고 등 기업이 인력을 운영하는 데 제약조건이 많다는 의미입니다. 채용에 대한 제약이 있는 경우는 많지 않기 때문에 주로 해고에 대한 보호 정도가 경직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입니다. 그렇다면 노동시장이 경직적인 경우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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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는 재화나 서비스가 자유롭게 이동돼야 효율적입니다. 가장 필요로 하는 곳에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노동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노동시장이 경직적이어서 채용한 인력을 내보내기가 어렵게 되면 기업은 아예 사람을 뽑지 않거나 또는 내보내기 쉬운 비정규직을 선호하게 됩니다. 신규취업의 어려움이나 비정규직의 확산은 바로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활용하기 어려워진 인력을 내보낼 수 있는 명확한 규칙이나 통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 정책으로 추진되는 이유입니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저해하는 여러 요인이 있습니다만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노동법입니다. 현재 우리나라 노동법에서는 근로자를 정당한 이유가 없이는 해고할 수 없도록 돼 있습니다. 여기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회사가 일방적으로 특별한 이유 없이 사람을 내보낼 수 있다면 근로자에게 그것만큼 불안한 삶은 없겠지요. 또 그런 상황이 기업에 반드시 유리한 것만도 아닙니다. 불안한 직원들이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하기를 기대하는 것이 이상한 일이니까요. 노동개혁이 이러한 원칙을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저성과자에 대한 퇴출기준을 명확하게 만들자는 것입니다.

기업이 사람을 해고하는 경우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경영상 심각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일 수도 있고 혹은 직원이 중대한 비리나 잘못을 저질러서일 수도 있습니다. 앞의 경우를 정리해고라고 부르며 뒤의 경우를 징계해고라고 부릅니다. 일을 못하기 때문에 해고할 수도 있습니다. 이것을 일반해고 혹은 통상해고라고 합니다. 법에서 일반해고를 할 수 있는 요건이 명확히 정의돼 있으면 좋겠지만 이 경우에 대해서는 법적 기준이나 절차가 명확하지 않습니다. 또 법원의 판례는 근로자를 보호한다는 노동법의 취지에 따라 일반해고에 대해 엄격한 입장을 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노동시장을 유연화하기 위해 일반해고에 관한 규칙을 합리화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노동개혁입니다. 해고기준의 명확화이기도 하고 해고요건 완화이기도 합니다.

성과가 낮아도 같이 데리고 가면 될 것을 굳이 지침을 만들고 법을 바꿔가면서 해고요건을 완화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 수도 있습니다. 온정적으로 생각하자면 그러지 못할 이유가 없고 개인적인 관계에서는 그것이 미덕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기업의 입장에서는 문제가 그리 단순하지 않습니다. 해낸 일에 비해 돈을 많이 줘야 하기 때문에 손해를 볼 뿐 아니라 성과가 낮은 사람들을 방치하기 시작하는 경우 열심히 일하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기 때문입니다. 경쟁은 날로 치열해지고 있고요. 다 품고 가다가 오히려 경영이 어려워져 정리해고를 해야 하는 상황이 더 무책임한 일이라는 생각이지요.

반론도 적지 않습니다.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우리나라 노동시장이 경직적이라는 것 자체를 그다지 인정하지 않습니다. 법제도 측면에서는 그럴 수 있지만 실제로는 명예퇴직이나 희망퇴직 혹은 다양한 편법을 통해 사람을 내보내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경직적이 아니라 유연한 노동시장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진정한 노동정책은 정규직 고용에 대한 보호를 낮추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비정규직에 대한 보호를 높이는 것이 더 옳다는 주장이지요. 그래서 노동개혁에 대해 자칫 모든 근로자들을 비정규직으로 만들 수 있는 개악이라는 우려를 표하기도 합니다.

합리적인 대안이 필요합니다. 노사정위원회를 통해 대화와 교섭을 하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타협이 쉽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성과가 낮은 경우에 해고할 수 있는 요건을 명확하게 하는 일은 반드시 해결해야 합니다. 어느 정도 성과가 낮아야 해고가 가능한 것인지, 또 그 경우에 해고를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하는 절차는 무엇인지 등이 명확해야 합니다. 그래야 불필요한 갈등비용을 줄일 수 있고 편법적으로 사람을 내보내는 일을 막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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