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日경제 부활의 힘 ‘상인정신’

■ 오사카 상인들 홍하상 지음/ 효형출판 펴냄 `하늘이 두쪽 나도 노렌(暖簾)은 지킨다` 일본 오사카 상인들의 장사 신조다. 노렌은 일본의 식당 같은 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입구에 치렁치렁 붙어 있는 상호를 새긴 무명 천을 말한다. 이는 소비자들에게 자기를 알리는 수단이자 신용을 나타내는 상징이다. 일본의 대표적인 상인 집단인 오사카 상인들은 초밥집이든 도시락 가게든 그 밖에 약국, 사진관, 시계점, 꼬치집, 옷 가게든 나늠대로의 분명한 철학과 상인 정신을 갖고 영업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9월 오사카에 연고를 둔 프로야구팀 한신 타이거스가 센트럴리그에서 우승하자 일본은 물론 국내 언론에서도 일본 경제가 부활한다는 기사를 실었다. 일본에는 한신 타이거스가 우승하면 경제가 호황으로 접어든다는 속설이 있기 때문. 지난 85년에도 재팬리그에서 한신이 우승하면서 불황의 늪에서 벗어나 가파른 성장세를 타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두달 후인 11월, 신중하기로 유명한 일본 정부도 일본이 10여년간의 장기 불황을 벗어나 경기회복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이번에 나온 `오사카 상인들`은 다큐 멘터리 작가인 홍하상씨가 수십차례의 일본 여행을 통해 파악해 온, 일본 경제를 밑바닥에서부터 움직이는 힘의 실체에 대한 분석보고서다. 저자는 16세기 일본을 통일한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오사카에 최대규모의 성을 쌓고 동시에 천왕이 사는 교토를 능가하는 경제권을 형성하고자 일본 각지의 내노라하는 상인들을 끌어모아 쌀과 생선, 야채 시장을 연 이래 오사카의 상인들은 400여년간 일본의 상인정신을 대표해 왔다고 진단한다. 저자에 따르면 오사카의 상인들은 쇼군이나 지방 번주들도 그들의 힘을 빌리지 않고는 정치를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한 힘을 유지했다고 한다. 도요토미가 1592년 조선을 침공할 때 오사카 상인들을 다회에 불러 협조를 부탁하거나 지방 번주들이 그들에게 돈을 빌려 썼다 제 때 갚지 못하면 꼼짝없이 자금줄이 막혀 재정 파탄을 빚기도 한 것 등이 좋은 사례다. 이 때문에 사농공상(士農工商)의 봉건시대에서도 오사카에서는 유독 상사농공(商士農工)의 서열이 존재했다고 한다. 도요토미에 이어 천하를 재통일한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오사카 상인들의 힘을 두려워 해 도쿄로 도읍을 옮겨 갔지만 여전히 오사카는 `천하의 부엌`으로 남았다. 아직도 일본내 남아 있는 동서간의 지역감정이나 `음식은 오사카에서 시작돼 동쪽으로 갈수록 시골이 된다`는 등의 말은 근대 형성기에 오사카 상인들이 남긴 영향력을 대변한다. 저자는 오사카 상인들의 성공요인을 뛰어난 원가 계산, 고객 중심의 서비스 정신, 근검 절약, 세상의 변화에 대한 꾸준한 공부 등이라고 지적한다. 여기에 인내심과 올바른 상도덕, 엄격한 금전관 등이 더해져 오늘날`일본 경제의 혼`이자 `상인정신의 기본`이 되었다고 평가한다. 오사카를 기반으로 한 기업으로는 586년 창업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으로 기록되는 공고구미(金剛組), 600년 역사의 和과자점 스루가야, 500년 전통의 이불 가게 니시카와, 400년 역사의 히야제약 등이 있다. 현대 일본 경제를 이끌고 있는 마쓰시타 그룹, 아사히 맥주, 산토리 위스키, 닌텐도, 다카시마야 백화점 등도 오사카 출신 재벌들이 일군 기업들이다. 이 밖에 저자는 오사카에는 최소한 100년 이상된 역사를 가진 점포나 기업이 무려 500개나 돼 100년짜리 기업은 명함도 못 내민다고 설명한다. 전체 2부로 구성된 이 책은 1부에서는 오사카에 기반을 둔 기업들, 2부에서는 오사카 출신 기업인들의 삶과 다양한 일화를 통해 근대 일본의 상업 발전 과정과 일본 경제의 힘의 원천인 `상인정신`에 대해 탐구한다. 일본 경제 부활의 나팔 소리가 서서히 울려 퍼지는 요즈음, 이 책을 통해 오랫동안 일본식 경영방식의 뼈대를 이루어 온 오사카의 상업과 상인 정신을 제대로 파악해 보자. <강동호기자 easter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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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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