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업자의 헤지는 매도헤지(SHORT HEDGE), 수입업자의 헤지는 매입헤지(LONG HEDGE)라고 한다. 매도헤지가 향후 환율의 변동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선물을 미리 매도하는 것과 반대로 매입헤지는 달러선물을 미리 매입함으로써 헤지가 이루어진다. 예를 들면 페루에서 구리를 수입하는 S라는 중소기업자가 한달후에 결제자금 50만달러가 필요할 경우 선물시장에서 미리 달러선물을 매입한다. 한달 후에 결제기일이 도래하면 이업체는 매입한 선물을 매도하고 현물시장에서 달러를 매입하면 된다. 이경우 선물거래에서 발생한 손익과 현물거래에서 발생한 손익이 상쇄되면서 환율등락에 상관없이 일정수준에 환율을 고정시킬 수가 있다.그러나 『독자들은 매도헤지 이후 환율이 내리고, 매입헤지 이후 환율이 내리면 차라리 헤지를 하지 않는 것만 못하지 않는가』라는 궁금증을 가질 수 있다. 심지어는 헤지 무용론을 지적하는 사람도 있다. 기회 이익이 발생할 수도 있는데 헤지를 함으로써 그 기회를 상실했다고 투덜대기도 한다. 선물이나 외환시장 분석가들이 정확한 시장예측을 위해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하지만 시장에는 항상 가변성이 내재해 있다. 미연방준비제도 이사회의 전격적인 금리인하로 달러/엔 환율이 하루아침에 10엔이상 폭락하는 사태가 그 경우다. 헤지는 바로 이러한 사태에 대비하자는 것이다.
따라서 헤지는 가변적인 외환시장에서 일종의 보험을 드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운전하는 차가 사고를 당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대부분 보험료를 지불하면서 자동차 보험에 가입한다.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보험료를 지불한 것에 대해 왈가불가 하는 것은 우스운 얘기다. 마찬가지로 선물거래의 헤지로 인해 발생한 기회비용을 가지고 뭐라고 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그러면 선물시장을 통한 헤지만이 능사인가. 그렇지 않다. 수출업자나 수입업자의 경우 반드시 교과서적인 헤지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명백한 투기목적이 아니면 적극적인 환차손 관리 차원에서의 투기적인 행위도 헤지의 범주에 속하기 때문이다. 외환시장은 경제적 상황이나 수급변동, 심리적 요인 등 변수로 상황이 돌변할 수 있다. 이경우에는 헤지 목적으로 매입(매도)했던 선물포지션을 신속하게 청산해 버리고 새로운 상황에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 선물시장을 이용하는 목적은 이같은 융통성 있는 기법을 적극 활용하는데 있다. 같은 맥락에서 내일 환율이 뻔히 폭락할 줄 알면서도 매입헤지를 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짓도 없다. 금융시장의 실체는 교과서 가르침 보다 한차원 높은 살아있는 유기체다. 그래서 금융시장을 인간사 만큼이나 다양한 복합예술의 결정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하훈외환/선물리서치 2203-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