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협회를 중심으로 한 수출업계가 ‘딜레마’에 빠졌다.
환율하락을 막기 위해 정부 당국에 줄기차게 요구해 일부 받아들여진 ‘단기외화차입 억제 정책’이 금리상승이라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와 중소 수출기업들의 자금난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수출업계에 따르면 올해 내내 글로벌 달러 약세기조에 따른 환율 하락으로 몸살을 앓았던 수출기업들이 최근 들어서는 금리 상승 및 자금 압박이라는 새로운 홍역에 시달리고 있다.
올해 은행 간 중소기업대출 경쟁이 심화돼 지난달까지 69조원에 달하는 중소기업대출이 나갔지만 이달 들어 은행권의 유동성이 마르기 시작하면서 대출 증가폭이 크게 둔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올 초 6% 안팎이던 대출 금리도 최근에는 7% 이상으로 올랐다.
이에 따라 중소수출기업들은 연말에 때 아닌 자금난을 겪고 있다. 중소기업의 한 관계자는 “일부 은행의 경우 신용도에 따라 자금 회수에 나섰다는 얘기도 들린다”며 “돈 빌리기도 어려운 마당에 만기 연장도 안 될까 봐 걱정이 크다”고 전했다.
갑작스러운 자금사정 악화에 무역협회 등 수출업계는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최근 금리 급등의 주요인으로 정부의 ‘외국계 은행 단기외화차입 억제’가 지목됐기 때문이다. 이는 무역협회가 환율안정을 위해 정부당국에 수차례 요청하면서 수용된 것.
재경부는 무역협회 등의 건의를 받아들여 외국계 은행의 단기 외화차입 시 비과세되는 범위를 줄여 내년 1월1일부터 시행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외국계 은행들은 추가 차입 중단은 물론 기존 차입금 축소에 나서고 있다.
금융계 전문가들은 “외국계 은행들이 달러를 빌려오기 힘든 상황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 여파로 국고채 등을 내다 팔면서 금리 급등이 촉발됐다”고 분석했다.
수출업계로서는 환율안정을 위해 건의했던 정책이 금리상승이라는 새로운 악재를 만들어낸 셈이다. 게다가 안정되기를 기대했던 환율은 여전히 급등락을 반복하는 등 불안한 움직임을 반복하고 있다.
무역협회의 한 관계자는 “수출업계 입장에서 비정상적으로 증가하는 단기 외채를 방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그런데 이 단기외채 억제가 금리상승의 주요인으로 작용해 난감할 뿐”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현재 중소수출업체의 자금 수급 상황을 조사 중에 있으며 연말쯤 조사 결과와 정책당국에 건의할 내용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