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정유사 "팔수록 손해" 벙커C유 감산 돌입

가격급락으로 공장가동률 낮춰<br>해운업체등 원가부담 가중 우려



국내 정유사들이 벙커C유의 역마진을 감당하지 못해 본격적인 감산에 돌입했다. 이에 따라 벙커C유를 많이 사용하는 해운사 등 산업계에 비용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 24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고도화설비율이 낮은 SK에너지를 비롯해 국내 정유사들은 이달 들어 공장 가동률을 10~15% 정도 낮춘 데 이어 3월부터 추가 감산을 단행할 예정이다. SK에너지의 경우 하루 정제능력 111만5,000배럴 중 85%선의 공장 가동률을 보이고 있으며 현대오일뱅크도 하루 정제능력 35만배럴 중 31만~32만배럴만 생산하고 있다. 그동안 정상 가동을 유지해왔던 S-OIL도 다음달부터 감산에 나설 방침이다. SK에너지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12월부터 상압정제시설 가동률을 서서히 줄여 현재 85%만 가동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도 계속 줄여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정유업계가 앞 다퉈 감산에 돌입한 것은 최근 벙커C유 가격이 급락하면서 팔수록 손해보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벙커C유 국제가격은 최근 싱가포르 현물시장(MOPS 기준)에서 배럴당 76.33달러로 원유 가격(92.95달러)에 비해 16.62달러나 밑돌고 있다. 현대오일뱅크 측은 “벙커C유 역마진 때문에 이미 계획 대비 15% 수준의 감산을 진행 중”이라면서 “역마진 폭이 커진다면 추가로 감산폭을 확대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고도화비율이 25.5%로 국내서 가장 높은 S-OIL도 다음달부터 감산에 뛰어들 준비를 갖추고 있다. 이처럼 감산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정유사의 수익성도 크게 악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SK에너지는 SK인천정유 합병 후 고도화비율이 업계 최저 수준인 9%를 밑돌아 직격탄을 맞고 있다. 고도화시설을 제대로 못 갖추면 벙커C유 시세가 낮을수록 수익성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국내 정유사로부터 벙커C유를 대량 구입해온 해운사들도 이번 감산사태의 여파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해운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제 기름 값이 치솟는 상황에서 감산까지 가세할 경우 원가 부담이 가중될까 걱정스럽다”면서 “유류할증료 인상이나 해외 구매 확대 등을 통해 대처해나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맹준호기자 next@sed.co.kr ■ 벙커C유 '정유사의 계륵' 정유사들은 원유를 들여와 상압정제를 통해 휘발유나 벙커C유ㆍ경유 등을 만들게 되는데 이중 벙커C유가 40%에 달할 만큼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정유사의 고민은 벙커C유에서 발생하는 역마진을 더 이상 버텨내기 어려워지면서 고부가가치 경질유 생산까지 줄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벙커C유가 ‘정유업계의 계륵’으로 전락해버린 셈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들은 “원유 정제 과정에서 40~45% 발생하는 벙커C유 중 25.5%는 재차 분해해 휘발유, 경ㆍ등유를 생산하지만 나머지 부분은 시장에 역마진으로 내다팔 수 없어 현재로선 감산밖에 답이 없다”고 설명했다. 과거 정유사들은 벙커C유를 재분해해 휘발유나 등ㆍ경유로 바꾸는 고도화시설로 재미를 봤지만 요즘 같은 상황에선 이마저도 한계에 부딪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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