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메랑 효과는 역시 무서웠다' 사상 첫 올림픽 남자 개인전 우승을 노렸던 한국 궁사들이 해외에 진출한 한국 지도자에게 발목을 잡혀 전원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한국 남자 양궁의 간판스타 장용호(예천군청)와 박경모(인천계양구청)가 나란히쓴 맛을 본 상대는 바로 이인식 호주 대표팀 감독이 비밀병기로 키워낸 17세 소년팀 커디였다.
세계랭킹 12위 커디는 10대 소년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침착성을 발휘하며 `거함' 장용호(6위)와 박경모(7위)를 격침시킨 데 이어 동메달까지 목에 걸었다.
커디의 슛 자세와 스탠드 그리고 호흡기법 등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마치 한국 선수들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
시드니 금메달리스트 사이먼 페어웨더를 길러낸 이 감독은 한국의 양궁 전술을 파워넘치는 서양선수들에게 전수하며 이제는 한국을 위협하는 상대로 급성장했다.
외국팀을 이끌고 아테네에 온 한국인 감독은 석동은(이탈리아), 양창훈(중국), 이재형(말레이시아), 최홍기(인도), 안승범(미얀마), 이웅(멕시코), 최성호(룩셈부르크)씨 등으로 모두 조만간 한국에 부담을 줄 상대들이다.
한국 양궁코칭스태프들 또한 아테네올림픽을 앞두고 해외로 진출한 한국인 코치들 때문에 전력이 평준화가 된다고 걱정했지만 내심 "그래도 아직은..."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던 터라 파나티나이코에서 받은 충격은 컸다.
90년대 중반 대표팀 코칭스태프로 이 감독과 함께 금밭을 일궜던 서거원 양궁 남자대표팀 감독은 뜻하지 않게 커디에 장용호와 박경모가 내리 패하자 울먹이며맛을 잇지 못했을 정도.
이기식 호주 감독은 "전체적으로 운이 따랐지만 우리도 한국에 못지 않은 실력을 키웠다"며 "한국이 물론 강팀이지만 항상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서 감독은 "한국 지도자의 대거 유출로 실력 차가 너무 줄어들었다"며 "특히 이감독 같은 수준급 지도자들이 해외에 나가면서 전력 유출이 너무 크다"며 아쉬움을토로했다.
(아테네=연합뉴스) 특별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