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 수도 방콕에서 열리고 있는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중인 노무현 대통령은 방문 이틀째인 20일 한ㆍ미 정상회담을 비롯한 공식.비공식 일정 10개를 소화했다.
○..한미정상회담은 현지 시간으로 오전 8시30분(이하 한국시간 10시30분)부터 1시간 동안 방콕 시내 하얏트 호텔에서 개최됐다. 회담장소에 먼저 와있던 부시 대통령은 노 대통령을 반갑게 악수로 맞이한 뒤 인사말을 통해 "오늘 미국의 친구이자 나의 친구인 노 대통령과 아침을 함께 하게 돼 영광"이라며 친근감을 표시했다.
부시 대통령은 "우리는 한국과 아주 중요하고 긴밀한 관계로, 공동목표를 갖고있고, 세계가 보다 자유롭고, 평화롭게 되기를 원한다"면서 "때문에 한국이 이라크지원을 해주는 것을 무척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이라크 추가파병 결정에 사의를 표했다고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부시 대통령은 또 "우리는 (이라크 재건노력에 대해) 각국의 국민이 함께 노력하는 것에 대해 감사한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은 "미국은 세계평화를 위해 여러가지 노력을 하고 있고, 최근 이라크에 대한 유엔 지지 결의는 매우 의미있게 생각하며 (통과를) 축하한다"고 말하고 "특히 한국의 운명과 발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북핵 문제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다뤄준 데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사의를 표명했다.노 대통령은 또 "이라크 평화와 민주주의, 경제 재건에 미국이 기울인 노력과 한국의 협력에 대해 의미있는 대화를 나누게 되기를 기대한다"며 "APEC의 목적에 따라 상호교역, 투자증대, 경제협력, 안보관계협력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눌 것이고,유익한 결론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회의장에는 양국의 고위 핵심 외교당국자들이 총출동했다. 우리측에서는 윤영관외교장관, 한승주 주미대사, 라종일 청와대 국가안보보좌관, 반기문 외교보좌관, 이수혁 외교부 차관보, 위성락 북미국장 등이 참석했다. 그런가 하면 미국측에서는 콜린 파월 국무장관, 앤드루 카드 백악관 비서실장, 콘돌리자 라이스 안보보좌관, 제임스 켈리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 짐 모리아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 등이 참석했다.
○…청와대는 한ㆍ미 정상회담이 끝난 후에도 이라크 파병 결정을 둘러싼 석연치 않은 프로세스(과정)상의 문제점에 대해 납득할 만한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라종일 청와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라크 파병 결정이 언제 확정됐고 결정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어떤 절차를 밟았는 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 과정을 다 소상하게 얘기한다면 제가 어기면 안되는 정부의 기본 규칙을 어기는 것”이라며 확답을 피해갔다. 그는 “이런 문서를 공개하는 것은 20년이나 30년이 지나야 공개하는 것인데 소상히 밝혀 드릴 수는 없다”며 “그러나 최종적인 결정이 이뤄진 것은 지난 18일 국가안보회의였다는 점은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라 보좌관은 또 노 대통령의 `친서` 논란과 관련해서도 "지난 12-14일 저의 방미 때 우리 정부가 미국에 이라크 파병과 관련된 어떤 결과도 사전에 통보한 일이 없다"고 설명했다.
○...하얏트호텔내 회담장 복도에는 블라인드 커튼을 쳐 아예 시야를 가림으로써 외부로부터 노출을 원천 차단했으며, 특히 호텔 입구부터 인력, 장비 검색이 펼쳐졌고 셰퍼드가 폭약탐지견으로 동원되는 등 삼엄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이처럼 경호.경비가 삼엄하게 이뤄진 것은 미국에 대한 아랍권 등의 테러 움직임 때문으로 미국측은 두달전부터 3,000여명의 인력을 현지에 파견해 경호에 대비해 왔다고 미국측의 한 관계자는 귀띔했다.
<방콕(타이)=박동석기자 everest@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