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미국 LPGA투어에서 뛰는 모든 선수들은 영어로만 의사소통을 해야 한다. 투어 2년차 이상은 영어 구술 평가를 받아 통과하지 못하면 2년 동안 투어 대회에 참가할 수 없다. 미국 LPGA측은 최근 한국 선수들을 모아놓고 이 같은 새로운 방침을 전달했다고 외신들이 27일 전했다. 이번 시즌이 끝나는 대로 새 규정이 공식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영어사용 의무화 ‘왜?’= 올 시즌 LPGA투어에 등록된 미국 이외 출신 선수는 26개국 121명. 이 가운데 한국국적 선수는 45명이나 된다. 리바 갤로웨이 부회장은 “이번 결정이 특정 선수나 특정 국가 출신들을 타깃으로 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지만 맹활약중인 한국 선수들을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CNN과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 등 대다수 미국 언론도 관련 기사에 한국 선수 사진을 덧붙이고 있다. 투어측은 ‘투어 활성화’를 위한 조치라고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세이프웨이클래식 관계자는 “스폰서들은 선수들과 의사소통을 하고 긍정적인 경험을 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프로암대회나 인터뷰 때 영어를 못하면 후원자들과 미디어에 좋은 이미지를 줄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국 내 반론도 있다. 스포츠전문잡지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의 칼럼니스트는 “스포츠에서 선수는 기량으로 평가돼야지 성격이나 부모, 언어능력으로 제한돼서는 안 된다”고 썼다. ◇코리안자매 영향은= 그 동안 LPGA투어에 진출한 한국 선수들이 언어 문제로 어려움을 겪어왔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은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언론의 인터뷰에도 통역 없이 임할 수 있을 정도로 영어 구사 능력을 갖춘 선수는 박세리, 김미현, 한희원 등 고참 선수를 포함해 10여 명으로 알려졌다. 한 선수는 “한국선수의 절반 이상이 대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회에 집중하느라 공부할 시간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인터뷰가 두려워 우승 못한다’는 진반농반의 말도 들린다. 영어 공부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고 언어 문제 자체가 심적 부담으로 작용해 성적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박세리는 골프전문지 골프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출전 정지보다는 벌금 정도가 옳다”고 말했다. ◇미국 진출 장벽될까= 스포츠에서 자국 리그나 투어에 대한 ‘보호주의’는 강화되는 추세다. 잉글랜드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도 영어 구사 능력을 요구하고 있고 일본여자프로골프투어는 각종 테스트를 영어와 일본어 중 선택하던 데서 올해부터 일본어 전용으로 바꿨다. 이에 따라 해외 진출을 꿈꾸는 선수들은 외국어 공부가 필수가 됐다. 최근 일본 진출 계획을 접은 선수도 있고 브리티시여자오픈 우승 뒤 영어로 인터뷰를 한 신지애(20ㆍ하이마트)처럼 미리 준비하는 선수들도 있다. 미국내 한국 선수들도 성공을 위해 언어와 문화를 체득해야 한다며 영어 의사소통의 필요성에는 동의하는 분위기다.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측은 “내년부터 어학원 등과 연계해 프로그램을 만드는 등 회원들의 외국어 교육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