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전시엔 소주도 동원령?

비상사태때 軍 지원·국민 생필품 공급 위해<br>설탕·즉석식품 등 10여개 동원품목 지정<br>北도발 등 위협때도 안정적 공급체계 유지


전쟁이나 천재지변 같은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국가 전체에 총동원령이 떨어진다. 식품생산 및 가공업체들도 예외는 아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식품업체들도 비상위기시 품목별 1~2위 업체들은 물적동원에 대비해 동원품목의 안정적 공급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같은 대치국가는 물론 테러 위협에 시달리는 선진국들도 외부 위협의 사전예방과 효과적 대응을 위해 이 같은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북한의 연평도 도발 및 지난 20일 실시한 우리 군의 포격훈련과 관련,"전시상황까지는 고려되고 있지 않지만 유사시 물적동원에 쓰이는 품목의 경우 일정한 생산량을 유지하고 있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식품을 비롯해 유사시 방위산업으로 전환되는 산업의 경우 이른바 '전시 임무고지 생산품목'을 정해 생산하도록 돼 있다는 얘기다. 재미있는 것은 소주도 비상시에는 동원품목으로 분류된다는 사실. 이에 따라 하루 소주 생산량이 560만병(360ml 기준)에 이르는 소주업체의 경우 비상시 임무고지 생산품목으로 지정된 소주 생산량 가운데 일정량을 공급하도록 의무화돼 있다. 이는 비상시 군사작전의 효율적 지원과 국민생활 안정을 위한 것으로 물자동원이 이뤄지면 군·관·민수를 위해 설비를 갖춘 업체의 동원 및 인도가 이뤄진다. 식품업체도 전시체제로 전환되면 전쟁에 필요한 동원물자를 조달하는 임무가 주어진다. 예컨대 국내 굴지의 식품업체는 인천ㆍ양산공장 등지에서 설탕ㆍ밀가루ㆍ식용유를 지원하게 된다. 할당된 물량만 해도 어마어마해 비상상황 발생 이후 대략 1년 내에 설탕의 경우 33만톤, 밀가루는 2,300여톤, 식용유는 580㎘ 에 이른다. 또 다른 업체는 물자동원 사실을 확인해주면서도 지원하는 세부품목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한 대형 과자업체도 호남 등 후방지역 공장에서 건빵을 생산하게 된다. 원래 이곳 공장들은 평상시 과자류를 생산하지만 전시체제로 전환되면 방위업체로 변신, 건빵을 만들어야 한다. 햇반 등 즉석 가공식품들도 유사시 비상생산 체제로 전환된다. 한편 전시 국민생활 안정도모와 생필품 안정공급을 위해 마련된 비상품목은 10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사실 전쟁발발 같은 유사시에는 누가 오랫동안 버티느냐가 승패의 관건이 되는 만큼 동원품목에 대한 관리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업체들만 공급 지정업체로 정해져 있기 때문인지 일부 관련기업들 중에는 '전시 임무고지 생산품목'이라는 용어조차 모르는 곳도 있었다. 한 업체 관계자는 "관련된 일을 할 만한 부서에 이리저리 문의해봤지만 모두 '잘 모르겠다'고 하더라"며 "다른 기업에서는 어떤 부서가 그런 업무를 맡고 있냐"고 되묻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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