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내 잠자는 돈 350兆 '투자 물꼬' 트기 기업 투자확대가 경제살리기 출발점 인식투자의욕 살려 천문학적 내부잉여금 끌어낼듯'삼성효과' 염두 이건희회장에 적극 협조요청도 손철 기자 runiron@sed.co.kr 김광수기자 bright@sed.co.kr 관련기사 노무현 대통령-이명박 당선자 28일 만난다 재계회동서 드러나는 MB스타일 수도권·대기업 규제완화등 투자활성화 건의 쏟아질듯 이명박 당선자 "출총제 폐지·공정위 쇄신"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기업의 투자확대를 경제 살리기의 첫 출발로 보고 있다. 또 기업투자 확대를 위해 규제 혁파가 우선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 당선자는 대통령 당선 이후 지난 20일 첫 기자회견에서도 “(기업) 투자 분위기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수백조원의 현금을 보유하고도 투자에 나서지 않는 기업들의 투자환경의 불확실성을 제거해 진취적으로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도록 ‘기업인의 혼(魂)’을 일깨우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 당선자는 이를 위해 규제의 상징처럼 재계를 압박하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를 대폭 수술해 350조원 이상이나 되는 천문학적 내부자금을 투자시장으로 끌어내겠다는 구상이다. 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등 대기업 총수들과 공유하고 있는 ‘최고경영자(CEO) DNA’를 적극 활용해 이미 내년 투자계획을 수립한 대기업들에 추가 투자를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선자, “투자 발목 잡는 일 없애라” 특명=출자총액제한을 필두로 공정위가 기업의 경영활동에 사사건건 간섭하는 사례가 많다는 점에 이 당선자는 평소 상당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당선자의 한 핵심 측근은 “기업이 투자하려는 데 발목 잡는 대표적 규제기관으로 공정위가 당선자의 뇌리에 찍혀 있다”고 말했다. 이 당선자는 과거 공정위원장이 4대그룹 총수를 일일이 불러 지배구조 등을 바꾸라고 압박하는 행태를 보고 “공무원이 해선 안 될 가장 나쁜 일”이라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인 출신으로 재계에 지인이 많은 이 당선자는 “공정위 때문에 사업 못하겠다”는 하소연도 많이 접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이 당선자 측은 기업인의 정부 불신이 대기업들의 엄청난 투자여력에도 불구하고 투자를 막는 가장 큰 걸림돌임을 알게 됐고 정부개혁의 첫번째 대상으로 공정위를 선택한 셈이다. 실리를 중시하는 이 당선자는 또 대기업들이 투자여력이 충분하다는 점도 눈여겨봐왔다. 이 당선자가 당초 중소기업인들을 먼저 만나려고 했으나 막판 대기업 총수들을 만나기로 방향을 바꾼 것도 결국 투자의 물꼬를 터주는 것은 대기업의 몫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특히 7% 경제성장과 한반도 대운하 등 대형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기업의 투자가 절실하다는 게 당선자의 입장이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9월 말 현재 삼성ㆍ현대차ㆍSKㆍLGㆍ롯데ㆍ한화 등 10대그룹이 당장 투자확대에 투입할 수 있는 내부 잉여금은 159조원에 이른다. 530여개 상장사 전체로 보면 잉여금은 347조원으로 증가한다. 인수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이 어디에 투자할지 몰라 고민하고 있는 측면도 있지만 잉여자금 중 상당 부분은 투자의욕만 살면 풀릴 수 있는 돈”이라고 말했다. ◇당선자, 이건희 회장에 협조 당부할 듯=이 당선자는 28일 조석래 전경련 회장을 비롯한 경제5단체장과 20여곳의 대기업 총수들을 만나지만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이 당선자와 이 회장의 첫 만남이다. 삼성특검법 발의로 불편한 처지에 있는 이 회장은 선뜻 당선자의 초청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하지만 당선자와의 첫 만남을 외부적 요인 때문에 무산시켜서는 안 된다는 삼성 측의 내부기류가 참석 요청을 받은 26일 저녁부터 수용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당선자도 삼성그룹이 한국 재계에서 차지하는 대표성을 중요시하고 있다.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이 투자에 적극 나서고 신규직원 채용에 의욕을 보이면 다른 그룹들도 뒤따르는 ‘삼성효과’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 출자총액제 등으로 삼성을 가장 집중적으로 견제하고 있는 공정위의 일대 쇄신은 특검 발의로 침체된 삼성의 분위기를 추스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선자의 한 핵심측근은 “28일 재계 총수들과의 회동에서 당선자는 누구보다 이 회장을 배려하면서 투자확대와 고용창출에 적극 앞장서달라고 주문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입력시간 : 2007/12/27 17: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