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에서 도심의 대형 건물이 진입차량을 20% 이상 줄이지 않으면 승용차요일제 및 홀짝제를 강제 실시하는 방안을 추진해 백화점 등 관련업체의 반발을 사고 있다. 교통혼잡특별관리시설 69곳을 정하고 이들 특별관리시설물 관리자는 부설주차장의 요금인상, 유료화, 주차시설 축소 등을 통해 하루 평균 진입차량의 20% 이상을 줄일 교통량 감축계획서를 서울시에 제출하라는 것이다.
교통혼잡을 개선한다는 명분이지만 한마디로 권위주의적이고 행정편의주의적인 정책의 전형이다. 말하자면 교통혼잡의 책임을 전적으로 시민과 기업에 떠넘기고 통행료 수입을 올리자는 속셈이다. 서울시는 지난 5월 교통혼잡 완화와 대기질 개선 등을 이유로 시내 대형 건물 69곳을 ‘교통혼잡특별관리시설물’로 선정하고 혼잡통행료 4,000원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했었다.
당시 여론의 지탄을 받자 이제 시민들에게 지우려던 책임을 기업에 돌린 셈이다. 이번 조치가 시행될 경우 자동차 이용이 매출과 직결되는 백화점 등은 영업에 큰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경제적으로 심각한 피해가 우려된다. 가뜩이나 부진한 소비위축을 초래하는 것은 물론 이명박 정부의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에도 정면 배치된다.
논리적으로 백화점을 비롯해 교통유발 효과가 큰 건물을 허가해줄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사업주들에게 알아서 교통량을 줄이라고 강제하는 것은 횡포다. 스스로 문제를 만들어놓고 또 그것을 해결하겠다고 나서는 격이다. 자동차를 백화점 갈 때 이용하지 언제 이용하겠나. 이렇게 시민과 기업에 피해를 주고 자동차 이용을 강제적으로 통제해서 교통흐름이 좋아진다고 한들 별 의미가 없다.
서울의 교통혼잡은 차량이 많아서가 아니라 턱없이 부족한 도로와 후진적 관리방식, 주먹구구식 도시계획에서 비롯됐다. 특정 지역만 교통혼잡을 빚는 것이 아니라 전지역이 혼잡지역이다. 온 길거리에 흉물스러운 말뚝 울타리를 뒤덮고 600년 전 거리를 복원하는 일이나 한강ㆍ남산 르네상스 따위의 엉뚱한 사업에 예산을 낭비할 것이 아니라 도로를 비롯한 기본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이 교통 문제를 푸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