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기업인 사면

남상조 <한국광고단체연합회 회장>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는 지난 2002년 대통령선거 때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로 참여연대가 고발한 이건희 삼성 회장, 구본무 LG 회장, 정몽구 현대차 회장을 최근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검찰측은 “그룹 총수들이 대선자금을 제공한 사실을 알았을 것이라는 심증은 가지만 당사자들이 부인하기 때문에 증거법상 기소할 수 없어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그동안 검찰은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볼 수 없는 ‘성역 없는 수사’로 불법 선거자금 근절에 강한 의지를 보였지만 정치인에 비해 기업인에게는 솜방망이 징계였다는 일부 비판도 있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기업의 역할과 속성, 그리고 그 성장과정을 살펴보면 검찰의 이런 조치에 납득이 가기도 한다. 경제학자들은 우리 인류가 만든 가장 위대한 발명품은 기업이며 문명발달에 가장 큰 공헌을 한 조직 또한 기업이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오늘의 국력은 군함이 아니라 민간기업의 숫자로 표시되기도 한다. 나폴레옹이 오늘날 태어났더라면 세계정복을 위해 군에 입대하지 않고 아마 기업에 투신할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세상을 움직이는 원동력이 기업이라는 것을 일찌감치 파악한 미국의 제19대 대통령 러더퍼드 헤이스는 “미국은 기업의, 기업에 의한, 기업을 위한 정부일 뿐”이라고 선언하면서 링컨의 주장을 뒤집었는가 하면 “GM에 좋은 것은 미국에도 좋다”는 논리가 오늘날은 만연하고 있다. 프랑스 사회당 출신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마저 “우리 프랑스는 부를 창출하는 것도 기업이고 고용을 창출하는 것도 기업이며, 세계 속에 우리 프랑스의 위상을 결정하는 것도 기업”이라고 기업을 예찬한 바 있다. 기업은 이윤이 있는 곳이면 지옥이라도 찾아가는 속성이 있다. 이런 속성을 이해하기 때문에 2차대전 당시 나치에 부역한 사람들을 끝까지 추적, 처벌하면서도 히틀러와 동거한 포드나 IBM에 대해서는 나무라지 않는다. 심지어 미국의 ITT 독일공장이 2차대전 때 폭탄공장으로 변신, 연합군의 폭격을 받았다고 해 보상금까지 받아내는 것이 기업인 것이다. 어쨌든 정부와 기업과 국민간에 간격이 좁을수록 나라 전체가 번영하게 된다. 반기업정서가 경제발전에 미치는 폐해는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기업이 다소 눈에 거슬리더라도 이윤추구라는 그 속성을 이해해줘야 할 것 같다. 기업인이 기업가정신을 상실하거나 대기업이 도산했을 때 나타나는 국가적 손실과 비교하면 이것은 아주 지엽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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