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피플 인 이슈] 팬디트 씨티그룹 CEO

흔들리는 '금융제국' 부실정리 박차<br>SIV 부실자산 상각·亞국부펀드서 145억弗 유치<br>"경력 너무 일천하다" 자질논란 불구 신속한 조치<br>비대 조직 군살빼기·'백화점식 경영' 개혁이 과제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투자 손실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찰스 프린스 전 회장겸 최고경영자(CEO)를 뒤어어 씨티그룹 사령탑에 오른 비크람 팬디트(50) CEO는 지난 15일 생애 최악의 생일을 맞았다. 그는 이날 2007년 4ㆍ4분기 실적보고에서 98억3,000만 달러의 순손실이 발생하고 부실자산 180억 달러를 상각 처리한다고 밝혔다. 은행 창립 이후 196년 만에 발생한 최악의 실적이다. 씨티그룹은 지난해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미국 1위 (시가총액기준) 자리를 내준데 이어 실적 발표 다음날 JP모건에 이어 3위로 밀려났다. 씨티그룹의 수모는 이뿐만 아니다. 씨티그룹은 부실을 메우기 위해 알 왈리드 사우디 왕자와 싱가포르 투자청, 쿠웨이트 투자청 등 아시아계 국부펀드로부터 145억 달러를 수혈받기로 했다. 10년전 한국이 외환위기의 수렁에 빠졌을 때 씨티그룹은 외채협상의 주간사회사로 나섰고, 한국 정부의 투자자문사로 지정돼 한국 경제를 구제하고, 뉴욕 월가의 선진 금융기법을 가르쳐주는 뉴욕 월가의 대표적인 금융회사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그러던 씨티가 금융부실에 휩싸이면서 이번엔 아시아에 구제금융의 손을 내밀었다. 미국 언론들은 '아시아의 공습' '국제 금융질서의 판도 변화'라며 충격을 금치 못했다. 당시 씨티그룹 외채협상을 주도한 윌리엄 로즈 부회장(한미재계회의회장)은 최근 씨티의 임원진 개편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건재하다. 한국의 단기 외채 연장을 위해 월가의 팔을 비틀었던 로버트 루빈 당시 재무부장관이 현재 씨티그룹 이사회 의장이라는 점도 아이러니를 더하고 있다. 팬티트 CEO가 지난해 12월 씨티그룹의 구원투수로 낙점 됐을 때 월가의 평가는 그다지 후하지 않았다. 위험 관리와 트레딩 등 전문 분야는 강하지만, 금융제국 씨티그룹을 이끌기에는 경력이 너무 일천하다며 자질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그가 신임 CEO로 발탁된 12월11일 씨티그룹 주가는 4.4% 떨어졌다. 위험관리 분야의 전문가답게 지나치게 신중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팬티트 CEO는 월가의 이 같은 인색한 평가가 무색하게도 신속한 결단으로 씨티그룹의 '과거사 정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는 취임 직후 씨티그룹 산하 구조화 투자전문회사(SIV) 부실자산을 씨티그룹 회계장부에 반영하는 결단을 내렸다. 지난해 4ㆍ4분기 상각처리 규모가 당초 전망보다 늘어난 것도 이 때문이다. 월가에서는 SIV의 정리로 부실 자산을 떠 안음으로써 씨티의 재무구조는 나빠졌으나, 투명성을 제고하고 투자자의 신뢰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시아계 국부펀드로부터 145억 달러를 유치한 것은 그의 두 번째 작품이다. 전임 프린스 회장이 일으킨 부실 정리에 안감 힘을 쏟는 그가 프린스 회장에 의해 영입됐다는 점은 흥미롭다. 그는 모건스탠리에서 22년 몸은 뒤 2006년 헤지펀드인 '올드 레인 파트너스'을 설립했는데, 이 회사가 지난해 4월 씨티에 인수되면서 씨티호에 합류했다. 프린스 당시 회장은 그의 영입하기 위해 올드 레인을 통째로 인수한 것이다. 흔들리는 금융제국을 정상궤도로 올려놓기 위해서는 아직도 많은 과제가 남아있다. 그는 최단 시일 내로 씨티그룹을 안전지대로 옮겨야 하고 올해 배당금을 절반 가량 삭감, 불만에 가득찬 주주로부터도 자신의 경영 능력을 확실히 입증해야 한다. 지난 4분기 180억 달러에 이어 100억 달러를 추가 상각해야 한다는 분석이 벌써부터 나온다. 팬티트 CEO는 올해 4,000명의 인력을 줄이겠다는 구조조정안을 발표했으나 이것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중론이다. 해외 100여 개의 거점에 30만 명에 달하는 방대한 인력과 조직을 거느린 씨티그룹은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어떤 일이 중요한 지도 판단하지 못할 정도로 비대화 했고, 조직문화는 보신ㆍ관료주의 마저 팽배하다. 월스트리스저널(WSJ)은 최근 사설을 통해 "거대한 몸집이 성장을 가로 막고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며 군살빼기를 충고했다. 일각에서는 씨티그룹 특유의 백화점식 경영방식을 수술대에 올려 소매 및 투자은행 조직을 분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991년에도 유동성 위기를 넘기고 금융제국을 발돋움한 씨티그룹이 서브프라임 발 위기를 재도약의 기회로 만들지 팬티트 CEO의 어깨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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