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명 신한증권 리서치센터 과장최근 사모 M&A(기업 인수ㆍ합병) 전용펀드 설정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 '우리나라에서 M&A로 돈을 벌기가 어려운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1억원 이상의 자금을 1년 이상 묵히면서 수익을 기다릴 만큼 시장 참여자들이 성숙하지 않았다는 비관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또 세계에서 손꼽힐 만큼 회전율이 높아 냄비증시로 불리는 우리나라 증시풍토를 사모 M&A 전용펀드 설정부진의 원인으로 지적하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그러나 필자는 사모M&A펀드의 향후 전망이 매우 밝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첫째 이유는 통상적으로 금융시장에서 새로운 상품이 나올 경우 초기가입자도 적고 비관론도 많지만 나중을 보면 성공한 1, 2호 펀드가 많았다.
이것을 계기로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자신감을 얻은 투자자들이 뭉칫돈을 들고 달려드는 경우도 많았다는 것이 앞으로의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특히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이후 시중에 나왔던 금융상품 가운데 하나인 주식형 수익증권으로 초기에 100%에 가까운 수익을 거둔 사람도 많았고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프라이머리CBO나 엄블렐러 펀드 등도 나름대로 시장수익률 이상의 수익을 안겨줬다는 점이 이를 반증한다.
둘째는 M&A라는 재료가 갖는 폭발력이다. 최근 금리인하가 지속되면서 단기 유동성장세에 대한 기대감으로 소위 '트로이카주'들의 강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연초부터 가장 강한 시장의 테마는 A&D(기업 인수 후 개발)였다고 할 수 있다.
이런 M&A에 대한 식지 않은 열풍은 최근에도 삼립식품ㆍ우성식품 등 관리종목의 초강세를 이끌었다.
지수의 등락과 관계없이 지난해부터 가장 강한 테마를 형성한 것은 M&A였다는 점에서 하반기 이후에도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본다.
셋째는 구조조정에 대한 정부의 의지다.
IMF이후 구조조정은 우리 경제의 가장 큰 화두가 됐고 정부는 한계기업에 대해 시장의 자율적인 진입과 퇴출을 권장하고 있다.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정책이 주식 시장의 테마를 형성했던 경험을 갖고 있다. 지난 92년 저PER(주가수익비율)주 장세나 93년의 자산주 장세 등 여러 테마들이 정부정책에 따라 시장이 반응하면서 만들어 냈던 것이다.
정부의 구조조정에 대한 강한 의지와 사모M&A펀드의 탄생은 결코 무관하지 않고 M&A펀드가 기업 구조조정의 강력한 도구라는 사실은 틀림이 없다는 점을 잊지 않을 필요가 있다.
넷째는 시중금리의 하락 추세가 사모펀드로 돈을 몰아줄 것이란 전망이다.
시장의 금리가 워낙 낮아 이제는 보유자금의 일부는 어느 정도 리스크(위험)가 있는 상품에도 투자하자는 심리가 발동되고 있는 상황이다. 시중에 넘쳐 나는 유동성의 일부는 사모M&A펀드로 흘러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위에서 열거한 몇 가지의 이 같은 이유들을 감안할 때 환매제한기간이나 편입종목의 매각기간ㆍ초기설정금액ㆍ기관펀드가입 허용 등에 대해 일부 조항만 손질해 준다면 의외로 사모M&A펀드에 유입될 자금규모는 크다고 본다.
특히 '돈이 된다'는 심리가 형성되면 뭉칫돈이 폭발적으로 몰려드는 속성을 감안할 때 중견우량기업이나 중견그룹의 모기업이 사모M&A펀드에 의해 인수되고 주가가 폭등하면 펀드로 몰려드는 돈도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의 흐름과 정부정책의 변화조짐에 대한 면밀한 점검이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