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10월 24일] 사실에 기초한 남북관계 필요

새로 출범한 우리 정부는 상생ㆍ공영정책을 내놓고 “남과 북 모두에 이익이 되는 상생과 공영의 길”을 개척해 나가고자 한다. ‘상생’이라 함은 남북한이 단순히 공존(co-existence) 또는 공생(symbiosis)하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남북한이 ‘실용과 생산성’을 기초로 교류와 협력활동을 활발히 벌여나가면서 상호이익(mutual benefits)을 증대시켜 ‘공영(common prosperity)’의 길로 나가자는 것이다. 상생ㆍ공영정책은 곧 ‘더불어 잘 살기’정책인 셈이다. 그런데 새 정부가 출범한 지도 벌써 반년이 훨씬 지났지만 남북관계는 여전히 답보상태다. 북한은 ‘6ㆍ15 공동선언’과 ‘10ㆍ4 정상선언’을 부정하는 이명박 정부와는 상종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를 두고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전적으로 새 정부의 대북정책 잘못 탓으로 돌리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 앞선다. 북한의 대남 대결적 태도에 대해서 우리의 잘못에서 찾기보다 북한자체의 이유에서 찾는 것이 먼저다. 북한 당국은 지난 정부의 ‘햇볕정책’이나 ‘평화ㆍ번영정책’에 대해서도 과도한 비난 공세를 퍼부었다. 남한에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대남 비난과 대화중단을 무기로 남북관계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고자 하는 북한 전략의 한 단면이다. 북한 당국이 ‘6ㆍ15 공동선언’과 ‘10ㆍ4 정상선언’ 요구를 되풀이 하는 것은 남한 정부가 ‘우리끼리 정신’을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6ㆍ15 공동선언’은 외세, 즉 미국을 배제하고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통일을 달성하자는 북한의 구호이자 정신이며 철학이다. 이에 기초해 북한은 “6ㆍ15 민족공동위원회를 모체로 한 (한반도의) 각 계층 통일운동단체들의 연대와 연합을 새로운 단계에서 확대발전 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럼에도 무조건적으로 우리 정부가 ‘6ㆍ15 공동선언’과 ‘10ㆍ4 정상선언’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이 우리 사회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은 우리 국가안보 차원에서 우려되는 점이 없지 않다. 이러한 수용 주장들은 6ㆍ15 공동선언을 모체로 한 북한식 통일운동공동투쟁을 받아들이고 정부가 앞장서서 ‘우리끼리’ 정신하에 ‘반미’정책을 펴고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운동에 나서라는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 당국이 공개적으로 ‘6ㆍ15 공동선언’ 수용여부를 가지고 ‘민족세력 대 반민족세력’ ‘친미세력 대 반미세력’으로 구분해 투쟁할 것을 독려하는 엄연한 현실 속에서 무분별한 ‘6ㆍ15 공동선언’ 실천 이행운동이 확산된다면 그것은 분명 우리 국가안보에 대한 도전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지 않은가. 물론 남북대화를 재개해 남북관계 진전을 위해 ‘6ㆍ15 공동선언’과 ‘10ㆍ4 정상선언’을 수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진정성을 인정한다. 6ㆍ15 공동선언에 대해서 우리가 갖고 있는 인식과 북한이 추구하고 있는 사실과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 문제다. 한반도 평화문제만 하더라도 북한의 개념과 우리의 개념과는 사뭇 다른데도 남한 사회 내의 ‘평화운동’이 크게 확산돼온 사실만 하더라도 그렇다. 우리는 평화가 전쟁이 없고 근심걱정이 없는 상태라는 보편적 개념을 받아들이고 있다면 북한은 ‘제국주의’가 없는 상태를 평화라고 한다. ‘제국주의’가 있는 한 투쟁해야 하며 투쟁의 다른 표현인 ‘정의의 전쟁’ 필요성을 강조한다. 이것은 ‘미제국주의’가 한반도에 존재하는 한 평화는 없다는 논리로 연결된다. 이에 따라 북한은 주한미군 축출을 근본목적으로 하는 북ㆍ미 평화협정을 주장하지만 우리는 우선적으로 남북당사자 간 평화정착을 원한다. 이러한 차이에 대한 세심한 고려함이 없이 단순히 평화선언과 평화협정 선호 분위기가 심화돼온 것 역시 한미동맹에 기반을 둔 우리 국가안보 위해(危害)여부와 직결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국가안보 차원에서 남북관계의 엄연한 사실과 잘못된 인식의 차를 줄여나가기 위한 적절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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