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뉴욕 월가서 보는 한국금융위기/“벼랑끝 최악상태”

◎한국계 은행들 프리미엄 “천장”에 영업중단 지경/95억불 국채발행 주간사은행 안나서 추진 불투명【뉴욕=김인영 특파원】 뉴욕의 한국계 은행들은 연말까지 미국과 일본정부의 지원이 없는한 모라토리엄(대외지급불능)을 선언할 수 밖에 없지 않느냐는 분위기로 급전했다. 더 이상 차입을 할 수 없을뿐 아니라 오를대로 오른 한국프리미엄으로는 영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이다. 미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와 S&P가 연이어 한국에 대한 신용평가를 하향조정, 한국의 채권을 정크본드 수준으로 떨어뜨리자 22일 뉴욕시장에서 한국 금융권은 최악의 상태에 직면했다. 대통령 선거 직후인 18일 미재무부채권(T)+4백∼4백50bp로 떨어졌던 산업은행 채권 금리는 지난 19일 가산금리 5백bp로 상승했으며 22일에는 7백50bp로 수직상승했다. 뉴욕 금융가에서 거래되는 정크본드(3백bp 이상) 중에서도 최악의 가격으로 떨어진 것이다. 한국계 은행들은 미국의 신용기관이 떨어뜨린 신용도로는 연말까지 한국계 은행이 도저히 채산을 낼 수 없고 부도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95억달러 규모의 국채발행도 어려워지고 있다. 한국의 국채 발행에 살로먼 브러더스와 골드먼 삭스 등 월가의 두 회사가 주간사 은행으로 나서겠다고 했으나 신용평가가 떨어지자 발을 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뉴욕의 한국 은행들이 단기 차입수단으로 활용해 온 레포(환매조건으로 파는 채권)마저도 신용평가 하락으로 중단된 상태다. 상주한 지 3주째에 접어든 미 연준리(FRB) 요원들은 한국계 은행의 입출금 상황을 일일이 체크하고 있다. 만약 한국 은행들이 부도가 날 경우 이들 요원은 곧바로 영업을 정지시키고 자산 변경조치를 중단시킬 수 있다. JP 모건의 한 관계자는 한국물을 거래할 수 있는 자금의 범위를 축소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지난주까지 한국물이 우량주식으로 평가돼 자신이 운영하는 펀드의 95% 범위내에서 거래했으나 이번주부터는 정크본드를 거래하는 5% 이하의 범위에서 취급하게 됐다고 말했다. 연속적인 신용하락과 외국인들의 투자기피는 한국의 단기 외채가 연말에 집중돼 있고 국제통화기금(IMF)의 긴급자금으로 외채 상환이 불가능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무디스는 신용평가 하락의 이유로 『펀더멘털은 좋으나 유동성 부족으로 부도가 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S&P측은 『한국 정부가 취한 금융부문 지원정책이 스스로의 대외신용을 위험에 빠뜨렸을뿐 아니라 IMF 프로그램의 방향과도 합치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더욱이 야당 출신인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의 경제 개혁방침이 속속 월가에 전달되고 있으나 투자자들은 여전히 불안감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김당선자가 근로자와 빈민층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지향적일 수 없다는 분석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이번주 들어 미국의 주요 펀드매니저들은 일제히 연말 휴가에 들어가 월가의 거래량은 평소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따라서 가뜩이나 떨어진 신용으로 돈을 빌릴래야 빌릴수도 없는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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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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