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변동성 커지며 상승기조 흔들… 外人복귀 당분간 힘들듯

■ 글로벌 증시 급락 도미노… 국내는<br>유럽위기·남북 긴장으로 투자심리 급속도로 위축<br>이달 외국인 5조 순매도 안전자산 선호현상 심화<br>IT 등 주도株 유지해도 상승탄력은 한풀 꺾일듯



유럽발(發) 재정위기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의 천안함 사건 조사 결과 발표 이후 남북 간 긴장이 높아지면서 국내 증시가 요동치고 있다. 코스피지수의 경우 이달 들어 150포인트나 빠지면서 1,600선마저 장담할 수 없는 상황까지 내몰렸다. 특히 대형 악재가 없는 가운데서도 미국 다우지수가 지난 사흘 동안 5% 넘게 폭락한 점은 국내 투자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국내 증시의 상승기조가 흔들리면서 당분간은 변동성이 한층 높아질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의 매수세 복귀도 당분간 기대하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변동성 커지며 상승기조 흔들=2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코스피지수가 전날까지 4일 연속 하락하며 1,600포인트를 기록해 5일∙20일∙60일∙120일∙200일 등 주요 이동평균선을 모두 밑돌았다. 이동평균선이 모두 깨졌다는 것은 단기적으로 증시가 높은 변동성에 노출됐음을 의미한다. 국내 증시의 변동성지수(VKOSPI) 역시 지난달 말 15~17포인트선을 유지했으나 최근 들어서는 25포인트까지 치솟았다. 그만큼 증시 불안감이 높아졌다는 뜻이다. 해외에서는 미국 다우지수가 1만선을 위협받고 있고 일본 닛케이지수는 1만선이 붕괴되는 등 주요 증시의 지지선이 속속 무너지고 있다. 이에 따라 코스피지수도 1,600선 지지에 대한 믿음이 크게 훼손되면서 장기적인 추세 상승기조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유럽 리스크에다 미국의 실업자 증가 등 외부변수의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천안함 사건 조사 발표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마저 부각되면서 투자심리가 빠르게 얼어붙고 있기 때문이다. 이종우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증시 상황이 상당히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어 변동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질 것"이라며 "유럽 리스크에 경기둔화 우려까지 제기되면 주가는 좀더 후퇴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지난해 7월 이후 코스피지수의 흐름을 보면 1,550~1,750 사이에서 움직이고 있어 아직 추세가 하락으로 돌아섰다고 단정하기 힘들다는 전망도 있지만 워낙 투자심리가 위축돼 이를 장담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외국인 매도세 당분간 지속"=국내 증시를 끌어내리고 있는 외국인의 매도세도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1주일(5월13~19일)간 한국 관련 해외 뮤추얼펀드에서 2억9200만달러가 빠져나가 최근 3주 연속 순유출을 기록했다. 다만 전주(33억9,000만달러)에 비해서는 순유출 규모가 크게 줄어든 점은 다소 위안거리다. 글로벌 펀드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것은 유럽 리스크의 장기화와 함께 향후 경기둔화 우려마저 고개를 들기 시작하면서 유가가 급락하는 등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외국인은 최근 국내 증시에서 5거래일 연속 매도우위에 나서며 이달 들어서만 5조3,0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달 외국인의 월간 순매도 규모는 지난 2008년 1월(-8조5,000억원) 이후 2년여 만에 가장 크다. 지난달 5조원가량을 순매수한 것과 비교하면 채 한달도 되지 않아 외국인의 태도가 돌변한 셈이다. 특히 정부의 천안함 사건 조사 결과 발표 이후 남북 긴장이 고조되면서 환율이 급등하는 등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어 외국인 매도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본격적으로 유입된 외국인 자금의 경우 지금 지수대에 팔아도 충분히 차익을 남길 수 있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유가 등의 움직임을 볼 때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더 심해져 외국인 매도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다만 유럽 리스크가 잦아들면 저금리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을 감안할 때 한국을 비롯한 이머징마켓으로 다시 유입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주도주 변경은 시기상조=외국인 매도세에 따른 주도주 변화 여부도 투자자들의 큰 관심사다. 그동안 실적개선이 기대되는 정보기술(IT)과 자동차 등 수출주에 외국인의 매수세가 몰리면서 증시 주도주로 자리잡아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외국인이 이들 주도주에 대한 차익실현에 나서면서 주가는 주춤거리고 있다. 특히 IT업종에 외국인 매도세가 집중되고 있다. 이달 들어 외국인의 순매도 상위 종목에는 하이닉스반도체와 삼성전자ㆍLG디스플레이 등이 포진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 주가도 지난달 21일 85만2,000원에서 이달 20일 75만6,000원까지로 하락했다. 그동안 주가 상승폭이 컸던 IT와 자동차를 비롯한 수출주들은 최근 유럽 긴축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가 고개를 들면서 주가가 맥을 못 추고 있다. 물론 이들 종목이 성장성에 비해 아직 밸류에이션 매력이 있고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 국내 증시에서 주도주로서의 지위는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의 수급을 감안할 때 주가의 상승탄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유재성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그동안 수출주의 반등을 이끌었던 게 시장점유율 확대에 따른 매출 증가인데 길게 보면 이런 추세 자체는 아직도 유효해 수출주들이 주도주로서의 지위는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당장은 외국인이 돌아온다고 보기 어려워 주가가 다시 치고 올라가기까지는 시일이 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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