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출판사·장르 없이 최고작 선정…독자에 더 좋은 작품 더 많이 접할 기회를”

민음사 박맹호 회장…38년 전통 ‘오늘의 작가상’ 대거 개편

“이번 ‘오늘의 작가상’ 개편으로 어떤 이익을 보겠다는 생각은 없습니다. 어떤 출판사의 작가, 어떤 장르든 상관없습니다. 한 해 발표된 책 중 누가 봐도 최고의 작품을 뽑겠습니다. 그 과정에서 좀 더 많은 독자가 더 좋은 작품을 접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입니다.”

3일 서울 광화문의 한 음식점에서 간담회를 가진 박맹호(81·사진) 민음사 회장은 38년 전통의 ‘오늘의 작가상’ 개편에 대해 이같은 의지를 밝혔다.


그는 이어 “최근 몇 년 문학계가 상당히 쳐져 있다는 느낌입니다. 영화에 밀리고, 인재도 빼앗기고. 새로운 ‘오늘의 문학상’이 이 흐름을 바꾸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지나친 엄숙주의, 편향된 우리 문학이 사랑받을 수 있도록 바꾸고 싶습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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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작가상’은 지난 1977년 한수산의 ‘부초’를 시작으로 박영한·이문열·조성기·이혜경·이만교 등 유수의 작가를 배출해왔다. 박 회장은 “1970년대 말 당시는 문학 하는 사람들이 구박받는 시대였죠. 좋은 소설도 출판이 어렵고, 출판사 단독으로 운영하는 문학상이 없는 상황에서 일종의 몽상이었죠. 하지만 40여 년 지나며 저질화됐달까, 해서 확 개편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개편에서 가장 큰 변화는 응모한 원고를 심사하던 공모제를 폐지한 것이다. 출판사나 장르를 따지지 않고 지난해 6월부터 1년간 책으로 선보인 소설만을 대상으로 심사한다. 통상 수상작을 책으로 펴내 상금·심사비 등을 문학상 운영비용을 보전하는데, 남 좋은 일만 하는 것 아닐까. 그는 “수상자를 배출하면 그 출판사의 행운이죠. 처음 상을 제정할 때도 다들 걱정했지만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습니다. 이번에도 잘 될 겁니다”라고 낙관했다.

심사도 기존 작가·평론가 중심에서 언론사 기자와 문화계 인사, 출판편집자, 독자 등을 대거 포함한 50여 명의 추천위원단으로 바꾼다. 이 예심위원이 3 작품씩 추천하면, 이를 20~30편으로 추려 인터넷서점 알라딘에 공개한다. 그리고 5~7인의 본심 심사위원의 평가와 인터넷 독자 투표를 8대2로 합산해 10명의 최종 후보를 선정한다.

조유식 알라딘 대표는 “민음사가 손익 계산이 나오지 않는 일에 나선다는 점에서 뭔가 상식을 거역하는, 타성을 거역하는 역발상을 느낍니다. 상황이 썩 좋지 않은 한국문학 전체 판을 가꾸고 키우는데 전력하는 것이 자기 영역 넓히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알라딘이 스피커로서 이를 천배 만배 증폭시키는 데 일익을 담당하게 돼 기쁘고 영광입니다”라고 말했다.

이 10개 작품을 대상으로 1달간 최종 심사가 진행되고, 같은 기간 알라딘에는 이들 작가 10명의 인터뷰가 실린다. 계간지 ‘세계의 문학’ 가을호에는 각 작가의 작품론과 서평을 심도 있게 다룬다. 수상작은 8월에 발표되고, 연말 시상식에서는 수상자에게 상패와 창작지원금 2,000만원이 수여된다.


이재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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