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매각대상·방식 다시 원점으로

[마이크론 "하이닉스 안사겠다"] 정부 "채권단 일임" 최악땐 법정관리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전격적인 협상종료 선언으로 하이닉스반도체 처리는 다시 막다른 골목으로 몰리게 됐다. 물론 마이크론 매각이 최종 무산되더라도 하이닉스는 ▦다른 원매자 물색을 통한 매각 ▦추가 채무재조정을 통한 독자생존 ▦법정관리 등 기존 처리방향의 연장선상에 놓이게 된다. 하지만 제3자 매각의 경우 마이크론 외에는 다른 대안이 사실상 없는 상태이고 부채탕감 등 채무재조정 역시 독자생존이 아닌 매각을 전제로 검토 방안이기 때문에 채권단의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하이닉스는 자체적인 노력을 통해 독자생존의 길을 찾아야 하고 만일 실패하면 법정관리행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채권단은 이에 따라 법정관리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해야 한다고 보고 기존 방침대로 매각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을 진행하면서 마이크론을 포함한 국내외 업체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방식을 통해 재매각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마이크론 협상 최종결렬 선언인가=마이크론의 협상종료 선언에도 불구하고 외환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은 여전히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자문사인 살로먼스미스바니(SSB)와 논의한 결과 마이크론의 이번 발표는 기존에 체결한 양해각서(MOU)를 철회한 정도로 이해되며 매각 자체에 관한 논의를 중단하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애써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마이크론은 통상적인 관례와는 달리 아직 직접적으로 또는 SSB를 통해서도 공식적인 입장을 전달하지 않았다"며 "마이크론의 의중을 좀더 정확히 파악한 뒤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그러나 "마이크론의 협상 철회 발표에 따라 사실상 하이닉스 매각협상은 완전히 끝났다고 볼 수 있으며 앞으로 하이닉스 처리는 전적으로 채권단에 일임할 계획"이라고 말해 재협상의 여지가 사실상 없음을 시사했다. 외국계 투자은행의 한 전문가도 "협상을 끝낼 때 우회적인 표현을 쓰는 것이 통상적인 관례다"며 "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협상이 깨진 것으로 보는 게 옳다"는 견해를 밝혔다. ◇매각대상ㆍ방식 원점에서 재검토=채권단은 이에 따라 일단은 마이크론과의 재협상이 가능한지 여부를 우선 타진하면서 다른 대안도 함께 모색할 방침이다. 채권단의 한 고위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하이닉스가 홀로 설 수 있는 방법으로 매각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는 기존의 생각과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며 "독자생존은 일단 하이닉스가 흘러가는 방향을 지켜보면 되는 문제이고 법정관리는 그 이후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는 하이닉스 처리의 돌파구를 어떤 식으로는 매각 쪽에서 찾아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채권단은 이와 관련, 마이크론과의 매각이 무산되더라도 다른 원매자를 찾는 등 대상을 바꾸거나 매각방식을 기존과는 전혀 다르게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하이닉스의 사업 부문을 먼저 분리한 뒤 매각을 하거나 공장(사업장)별로 따로 떼어내 원매자를 찾는 방법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매각의 기본 골격을 원점에서 재검토해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현지의 한 언론은 "하이닉스의 메모리사업 전체를 매각하지 않고 유진공장만을 따로 떼어 파는 등 부분매각으로 전략을 바꿀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고 있다. ◇법정관리 가능성도 배제 못해=채권단의 이 같은 방침에도 불구하고 끝내 매각작업이 무산될 경우 하이닉스는 힘겨운 독자생존에 나서야 한다. 채권단은 일단 매각을 전제로 하지 않는 신규지원은 전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채권단은 그러나 채권단의 지원 없이도 당분간은 충분히 버틸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독자생존 과정을 지켜보면서 다양한 대책들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은 이 과정에서 '시장원리'를 내세워 법정관리라는 최악의 상황을 배제하지 않고 하이닉스를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현재의 하이닉스 현금흐름으로 볼 때 당장 법정관리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채무재조정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인 후 매각을 추진하는 것도 한 방법이지만 이것도 원매자가 있어야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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