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노동현장을 술렁이게 하고 있는 문제의 노조전임자 처벌조항은 지난 97년 3월 여야합의로 개정된 노동관계법에 신설된 조항이다. 당시 국회는 사업장별 복수노조 설립을 오는 2002년부터 허용키로 하면서 「무노동 무임금」원칙을 명문화 했다. 노조전임자에 대한 사측의 임금지급을 금지하고 복수노조가 허용되는 2002년부터 이를 시행하되 사측이 이 규정을 어길 경우 형사처벌을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재계가 「복수노조는 가만두고 노조전임자 임금금지 규정만 철폐해 달라는 노조의 주장은 사리에 어긋난다」고 반발하고 있는 것도 이해가 간다.사실 이번 사태는 정치권이 중간에서 이를 부추긴 측면이 짙다. 일부 여야의원들이 노동계의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 임금지급 금지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의 노동관계법 개정안을 의원입법으로 마련키로 한 때문이다. 내년 4월의 총선을 앞두고 노조의 조직화된 표를 의식하고 나선 것이 일을 오히려 꼬이게 만들었다. 정치권이 출범한지 3개월이 지난 제3기 노사정 위원회를 무력화시키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현행 노동관계법은 국회 통과 당시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일단 법으로 성립, 효력을 발생하고 있다. 이 가운데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조항은 오는 2002년부터 실시 예정으로 있어 앞으로 2년이나 시간이 남아 있다. 아직 시행되지도 않는 법 조항을 두고 선거를 의식, 이를 뜯어 고치겠다는 발상은 입법권의 남용이다. 노동계가 전임자의 임금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자칫 노조 무력화와 노동운동의 쇠퇴를 가져 올 수 있다고 주장, 「겨울투쟁(冬鬪)」에 나서고 있는 것도 문제가 있다. 지금 「무노동 무임금」이 세계적인 추세이며 선진각국의 경우 노조전임에 대해 임금을 지급하고 있는 나라는 없다. 전임자의 임금은 조합원의 분담으로 메워 주는 것이 당연하다.
재계가 발끈, 정치선언을 한 것도 너무 성급했다. 재계가 정치에 개입할 때 그 파장은 일파만파(一波萬波)다. 노사문제는 노사정 위원회에서 해결하는 것이 최선이다. 노사간의 갈등과 대립이 경제에 찬물을 끼얹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