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제전문가들은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발생 이후 추진됐던 개혁 노력에도 불구하고 노동 부문과 공공 부문은 10년 전과 비교해서 나아지지 않았다는 평가를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우리 경제가 앞으로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로도 ‘불필요한 규제 완화’를 꼽아 정부 차원의 개혁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6일 교수와 연구원ㆍ기업인ㆍ금융전문가 등 26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외환위기 10년의 평가와 향후 전망 관련 경제전문가 의견조사’에서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에서 전체의 81%에 달하는 전문가들은 우리 경제가 외환위기 이전보다 좋아졌다고 평가했고 ‘나빠졌다’는 의견은 7.5%에 그쳤다. 하지만 4대 개혁 부문별로는 ‘기업’과 ‘금융’ 부문이 개선됐다는 의견이 각각 59.3%와 38.1%로 높게 나타난 반면 ‘노동’과 ‘공공’ 부문이 나아졌다는 의견은 각각 1.5%와 1.1%에 그쳤다. 5점 척도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기업과 금융 부문은 각각 3.66점, 3.70점으로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은 반면 노동과 공공 부문은 2.92점과 2.90점에 그쳐 오히려 ‘후퇴’에 가까운 것으로 풀이된다. 5점 척도에서 5점은 ‘매우 개선’을, 1점은 ‘매우 악화’를 의미하며 3점이 돼야 ‘보통(그대로)’임을 의미한다.
특히 노동 부문 중에서도 ‘일자리 창출 노력’은 개선됐다는 의견이 11.2%에 그친 반면 악화됐다는 응답은 39.6%에 달했으며 공공 부문의 ‘경영효율성 제고’에 대한 평가도 개선됐다(20.9%)는 응답보다 나빠졌다(28.0%)는 평가가 높게 나타났다.
반면 기업 재무구조는 개선됐다는 의견이 96.6%를 차지했으며 금융기관 건전성 확보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의견이 93.7%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앞으로 우리 경제가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로는 전문가들의 18.7%가 ‘불필요한 규제 완화’를 1순위로 꼽았다. 다음으로 ‘양극화 해소 및 사회통합(11.9%)’과 ‘고용불안 해소(11.2%)’ ‘자유무역협정(FTA) 확대 등 개방화ㆍ국제화(10.8%)’ ‘부동산시장 안정(9.7%)’이 그 뒤를 이었다.
4대 부문별 역점 과제를 묻는 복수응답 조사에서는 노동시장 발전을 위해 ‘일자리 창출을 통한 청년실업 해소’를 원한 응답자가 61.7%로 가장 많았으며 공공 부문의 혁신을 위해서는 ‘정부조직의 구조조정(47.4%)’과 ‘정부의 경쟁시스템 구축(44.4%)’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기업과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과제는 각각 ‘불필요한 규제 완화(63.3%)’와 ‘자본시장 통합 등 제도적 인프라 구축(47.4%)’이 가장 많은 의견을 모았다.
한편 경제전문가들 가운데 83.2%는 우리 경제가 고유가와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여파, 가계부채 증대 등 대내외 경제여건을 감당할 만한 역량을 갖췄다는 진단을 내렸다. 또 10명 중 9명가량(88.1%)은 현재의 대내외 환경을 고려할 때 1997년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경제위기가 재발할 가능성은 없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