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송현칼럼] 숨겨진 거대한 자산

전세계 25개국에 투자하고 있는 필자의 회사는 국가들의 기회와 위험을 늘 비교ㆍ대조한다. 분석틀 중 하나는 각 나라가 경쟁력 있는 자산을 갖고 있는가, 그 자산을 어떻게 활용하는가 하는 것이다. 이것은 지하자원 같은 물질적인 요소일 수도 있고 국민성 같은 문화적인 요소일 수도 있다. 이들을 분석하고 이해하는 것은 글로벌 투자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다. 한국에서 아직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금융자산이다. 지난 40년간의 고된 노력 끝에 한국은 거대한 금융자산의 기반을 이룩해냈다. 중앙은행의 외환보유고든, 기업의 현금보유량이든, 은행예금이나 혹 다른 자산에 대한 투자이든 이 금융자산은 매우 강력하고 주목할 만한 것이다. 하지만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시장에 투자되는 한국의 자산은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 이익을 보고 있는 곳은 외국계 자산운용회사뿐이다. 한국은 새로운 자산운용산업의 발전으로부터 소외돼 있는 상태다. 한국이 해야 하는 중요한 결정 중 하나는 창출되는 ‘수익’이 그에 수반되는 ‘위험’을 감수할 가치가 있느냐 하는 것이다. 만약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 산업을 발전시키고 지지하고 용기를 북돋을 수 있는 결정을 해야만 한다. 40년 전 수출산업을 성공적으로 키웠던 경제개발계획처럼 한국은 글로벌 자산 운용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비슷한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수출주도 경제 성장 성공의 주된 원동력은 글로벌 트렌드에 대한 분명한 인식, 충분한 위험 감수, 그리고 수출의 중요성에 대한 국민 교육이었다. 글로벌 자산 운용 기반을 위해서도 같은 정책이 활용될 수 있다. 과거 미국 월가 투자은행에서 이머징마켓 전략가로 활동했던 필자는 연구와 아이디어를 시장화하기 위해 항상 전세계의 금융센터에 가까이 있었다. 한때 영국에서 5일 동안 50회의 미팅을 갖기도 했고 한여름 검은 양복과 넥타이를 매고 고객을 방문하기 위해 플로리다에 가기도 했다. 유럽에 있을 때는 반드시 한번씩은 로테르담을, 아시아에 가서는 싱가포르를 방문하고는 했다. 물론 그곳에 돈이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한국이 어떻게 해외에 투자할지 계획하고 이를 글로벌 금융시장에 널리 알린다면 월가의 주요 거물들도 그들의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토론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할 것이다. 한국의 수도 서울은 글로벌 지도에서 주요한 투자 실현을 위한 목적지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이것은 한국의 금융자산이 국제적으로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느냐에 대한 중요하고 분명한 암시가 된다. 야구에 빗대보자. 글로벌 투자에는 두 가지 형태가 있다. 매우 안전하게 저위험 저수익(그냥 서서 포볼을 기다리는) 방식과, 투기적이지만 고위험 고수익(배트를 휘둘러 홈런을 노리는) 방식이 있다. 후자에는 삼진아웃당할 위험이 있다. 반면 안타를 칠 수도 있고 혹 기회가 된다면 홈런이라는 글로벌마켓서 경험과 지식을 쌓을 기회를 얻게 된다. 위험 없이 어떤 수익도 올리지 못한다. 물론 위험이 너무 클 경우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입히게 된다. 합리적인 이익의 수준에서 위험을 관리해야 한다. 한국의 금융자산이 글로벌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해 필요한 노력은 ‘안타를 치기 위한’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점점 더 경쟁적이 되고 있는 글로벌 경제에서 한국이 자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성장산업과 수입원을 인식해야 한다. 자산운용산업은 그런 성장과 수입의 창출원으로서 중요한 전략산업이다. 문제는 이 산업을 개발할 것인가 말 것인가가 아니다. 이 산업이 중요한 전략적 이니셔티브나 경제 성장의 원동력으로서 어떻게 자리매김할 수 있느냐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한국은 이미 갖고 있는 금융자산을 활용해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 수입을 창조할 수 있다. 만약 한국이 공업의 기반을 가진 상태에서 과거 수출주도형 경제개발계획을 실행했다면 얼마나 쉬웠을지를 생각해보자. 한국은 이미 글로벌 투자 기반을 발전시키기 위한 자산을 가지고 있다. 필요한 것은 조직된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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